[조남호의 중구난방] 최초·최고… 소비자 우롱 그만해야

입력 2015-04-08 10:31 수정 2015-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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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산업부 차장

‘세계 최초’, ‘국내에서 처음’, “4번 거꾸로 태워잡는….” 최근 과장·허위 광고로 전 국민을 우롱하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귀뚜라미 보일러 소식이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귀뚜라미 보일러는 보일러에 적용된 기술과 생산규모에 대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국내에서 처음’ 등과 같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거짓으로 과장해 광고했다. 실제 귀뚜라미 보일러는 세계 최초 4번 타는 연소구조, 4번 타는 펠릿 보일러(세계 최초 콘덴싱), 연간 100만대 생산의 세계 최대 보일러 회사 등의 광고를 했다.

그러나 4번 타는 연소구조는 세계적으로 약 150여년 전부터 사용됐고 콘덴싱 보일러는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됐다. 연간 생산 규모도 2012년 기준 약 43만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귀뚜라미 보일러는 ‘유럽형 순간 열교환 보일러에 비해 22.2% 이상 가스비 절약’, ‘완전 연소와 무소음을 실현시킨 신기술’ 등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이를 입증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이번 일처럼 기업의 과장·허위 광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장·허위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는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내가 ‘최초’가 맞다며 법적 소송을 검토 중이며,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 연비를 과다 표시하는 소위 ‘뻥연비’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또 TV홈쇼핑은 ‘주문 쇄도’, ‘매진 임박’ 등의 표현을 남발하며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등 과장·허위 광고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기업이 대량 수요의 유발을 위해 광고에 의존하는 것이 당연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려고 일정 수준을 벗어난 광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직은 상인이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이며, 최근 기업들이 중시하는 윤리경영의 연장선에 있음이다.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도 있다. 소비자를 ‘봉’이 아니라 ‘생명줄’로 여겼다면 과장·허위 광고가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각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계영배’라는 것이 있다. 계영배는 경계할 계(戒), 가득 찰 영(盈), 술잔 배(杯) 자를 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술잔과 비슷하지만 술을 7부선 이상 채우면 밑바닥으로 술이 모두 새 나간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술잔의 의미를 간파하고 늘 곁에 두었다고 한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아야 하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아야 한다.” 임상옥이 죽음을 앞두고 남긴 유언이다. 재물을 독점하고 정직하지 못한 재산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 망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뜻을 되새겨 볼 때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이번 귀뚜라미 사태로 감독 당국의 사후약방문식 관리가 또 다시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정위가 제재한 귀뚜라미의 과장 광고는 2012년부터 시작됐다. 광고로 귀뚜라미의 브랜드 인지도가 굉장히 높아졌음은 불문가지다. 귀뚜라미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브랜드파워 조사에서 17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귀뚜라미의 문제를 계기로 감독 당국의 더욱 치밀한 관리와 처벌 규정의 강화가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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