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늪에 빠진 생보사] 5% 이상 고금리 확정계약 141조… 71%가 빅3에 집중

입력 2015-04-0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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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0.7%P 역마진… 생보업계 “올해 더욱 나빠질 것”

지난달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자 생보업계는 동요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자산운용이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상품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들의 주요 투자처인 국공채 3년물 금리가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적자 금리’인 1.92% 이하로 하락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여서 더욱 답답한 실정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보사의 경우 연 5.0%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의 비중이 31.9%에 달해 투자부문 역마진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생보사의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은 141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71%인 100조원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이른바 ‘빅3’에 집중돼 있다.

빅3 생보사의 경우 외형 확장을 위해 1990년대 5~9%대의 고금리확정형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당시 기준금리는 연 8% 수준이었고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금리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에 생보사들은 운용자산을 은행에 예치만 해놓아도 고금리확정형 상품들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금리가 하락하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4%대로 이자율차 역마진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작년 말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4.5%로 보험료 적립금의 평균이자율인 5.2%에 못 미쳤다. 0.7%포인트의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다만, 작년까지 생보사들의 역마진이 바로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작년 보험사들의 운용자산 규모는 616조7000억원으로 보험부채 536억8000만원보다 많아 투자부문에서 1조5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수지 측면에서는 여전히 흑자 기조인 것이다.

그러나 대형 생보사들은 역마진을 피해갈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수익을 1조원 넘게 올렸다고 하지만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들의 유가증권 처분이기 때문에 올해는 운용자산 이익률을 4%대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보험사들의 주요 투자처인 국공채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여서 운용자산 이익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선이 무너지면서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보험사의 운용자산 내 채권 비중은 53%에 달한다.

때문에 빅3 생보사는 올해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면서 역마진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최근 비상회의를 열고 금리 인하에 따른 이차 역마진 개선책과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관련 부서간 대책회의를 통해 자산운용 방식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하고는 있지만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들만 오가고 있다”며 “금리가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면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으로 4%대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역마진 상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리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생보사들의 이차 역마진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무디스는 저금리가 각국 생보산업의 수익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정도를 5단계(매우 높은 위험, 높은 위험, 중간 정도의 위험, 낮은 위험, 매우 낮은 위험)로 나눈 결과 한국을 ‘높은 위험’ 군에 포함시켰다.

이 상태에 있는 생보시장은 저금리 기조가 향후 5년간 지속될 경우 다수 보험사의 이익이 감소하고, 일부 보험사는 자본이 잠식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무디스는 “한국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까지 6% 이상의 높은 확정이율을 제공하는 상품들을 판매했다”며 “최근 10년간 한국의 금리 수준이 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높았지만, 최근 점진적으로 하락하면서 한국 생보산업의 수익성을 악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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