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이슈만화경] 국세청 30대 세무공무원의 죽음

입력 2015-04-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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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맹자에 따르면 불효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중 자식이 없어 대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불효이고, 삼불효(三不孝) 중 남은 두 가지는 어버이를 불의(不義)에 빠뜨리게 하는 것과 가난해서 늙은 어버이를 봉양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대를 이을 자손 하나 없이 부모 보다 먼저 세상을 뜬 자식이 있다면 단언컨대 이 보다 더 큰 불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맑은 하늘에 날벼락처럼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 집안의 귀한 자식이 사망했다면 해당 가족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의 가슴 또한 미어질 것이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은 지난 4일.

국세청에서 촉망받는 인재이고, 가족에게는 둘도 없이 소중한 이 모 조사관(서울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이 집에서 잠을 자는 와중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했다. 결혼 2년차에 접어든 이 모 조사관의 나이는 불과 만 34살.

젊음을 채 불태우기도 전에 사그라 들고 만 그의 가혹한 운명 앞에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인 채 눈물을 흘렸다. 특히, 이 모 조사관의 죽음을 마주한 동료 직원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이 모 조사관은 최근 시스템 오류 논란이 일었던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과 관련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도 출근해 일해야 할 만큼 바빴다.

이 모 조사관의 사인은 심장마비다. 심장마비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일까. 동료 직원들은 평소 지병이 없고, 술을 거의 안하지 않는 이 모 조사관의 생활습관과 업무상황을 감안할 때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이 조사관의 가혹한 운명이 머지 않아 본인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무상 사망(또는 재해)은 공무원이 담당 업무를 수행하다 질병을 얻거나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를 뜻한다.

또 공무상 사망의 범위는 '업무량이 급격히 늘고 초과근무에 따른 과로로 인한 질병 등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일 때'라고 정해져 있다.

이 모 조사관이 4일 오전 자택에서 사망한 것을 감안하면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날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야근을 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소화해 낸 결과가 심장마비라면 이는 반드시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모 조사관의 죽음은 한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2만여 국세공무원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공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고, 훈장을 받는다고 한들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리 만무할 뿐만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의 슬픔을 덜해 줄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이고, 거짓이 진실 위에 군림할 수 없는 법이다. 젊음을 채 꽃 피우지도 못한 채 한 줌 재로 변한 그에게 국세청이 해줄 수 있는 것, 그것은 아마도 원인을 인정하고, 진실을 그 위에 올리는 일일 것이다.

이 조사관의 명복을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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