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거문화는 '유럽풍'이 대세

입력 2006-12-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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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겨냥한 고품격 '유럽풍' 광고 일색·문화 사대주의 지적도

"유럽풍 고품격 아파트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파티용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성 탤런트가 바로크시대를 연상케하는 성을 바라보며 서있다. 턱시도를 입은 남자 탤런트도 포도주 와인잔을 들고 그 옆에 섰다.

특정 건설업체의 광고가 아니다. TV를 켜면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건설업체 브랜드 광고마다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유럽풍 아파트'란 컨셉이다.

◆'유럽풍 아파트' 고품격 주거 문화의 상징으로 부상

주거문화 전반에 '유럽풍'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세계 초일류란 평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건설업체들도 저마다 내세우는 게 바로 유럽 주거문화다. 유럽 절대왕정시대의 바로크 궁정을 본 딴 웅장한 아파트에서 파티를 즐기듯 생활을 즐기라는 것이 최근 유럽풍 아파트의 전형이다.

유럽풍 아파트를 가장 처음으로 도입한 업체는 지난 99년 '캐슬'브랜드를 정착시킨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서초구 잠원동 롯데설악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고급 아파트'란 이미지를 적용하기 위해 이같은 '유럽 아파트' 콘셉을 도입했다.

롯데건설은 당시 바로크 양식을 연상케하는 웅장한 건물 외관과 대리석 장식 등, 고급 마감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캐슬이란 브랜드를 고급화하는데 노력을 다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99년 브랜드 런칭 당시 고급 아파트엔 '캐슬' 브랜드를, 그렇지 않은 아파트엔 '낙천대'란 브랜드를 적용한 바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상징'마저도 유럽풍을 택했다. 지금까지도 '캐슬'브랜드 휘장으로 사용된 것은 독수리 마크. 독수리는 과거 로마제국이 군단의 휘장으로 사용한 이래 제정시대에 들어선 황제의 상징으로 바뀌었고, 로마제국 이후에는 각 유럽의 왕들이 저마다 독수리를 왕가의 휘장으로 사용해 왔다.

실제로 '유럽풍 아파트'를 브랜드 컨셉으로 내세운 건설사는 전부 다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중견 업체의 경우 대부분의 회사가 이같은 브랜드 컨셉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유럽풍 아파트란 허울 좋은 컨셉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풍 주거라고 해봐야 업체들이 도입하는 것은 건물 외관 뿐이란 주장이다.

건물 외관을 바로크 시대 궁정 양식을 연상케하는 대리석이나 화강암 마감자재로 도배해 고품격 주택처럼 보이게 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일부 고급 주택의 경우 대리석 바닥이 적용되지만 대부분의 세대는 평범한 한국형 아파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50평형대 이상 대형평형에는 홈 바를 만들어 광고에서처럼 파티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마당이나 정원이 없는 아파트에서 턱시도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파티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과장광고라는 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고분양가 유지 위한 '허울'일 뿐 비판도

따지고 보면 '허울 좋은 광고'에 지나지 않은 '유럽풍' 아파트는 왜 이처럼 국내 주택시장에서 강세를 보일까.

이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사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급 아파트를 지향하면서 결국 절대왕정시기 왕이나 귀족들이 사는 주택을 연상케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에 그간 참여정부 들어 '저렴한' 주택공급에만 주력하던 주택공사가 '휴먼시아'를 내세우며 고급 아파트 경쟁에 본격 참여하면서 업체들의 활로 찾기가 다양해진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속셈'도 눈에 띤다. 최근 들어 택지난이 본격화되면서 입지 좋은 곳의 대단지 아파트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업체들은 '고품격 아파트' 공급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수요층도 한정될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수요층을 겨냥하고 있는 것도 '유럽풍 아파트' 대세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업체들이 '당당하게' 분양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고품격 아파트를 선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업체들이 고분양가를 책정할 때 가장 우선 주장하는 것이 고급 마감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라며 "결국 고분양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급 아파트 공급은 필요하며 이에 따라 고급 주거지역으로서의 상징격인 바로크 궁정을 광고에 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나친 문화 사대주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리 문화와는 다소 괴리가 있는 절대왕정 시기의 왕족과 일부 귀족만 거주할 수 있었던 주거문화를 고급 주거문화의 전형으로 설정하는 것이 무리라는게 이들의 이야기다.

한 광고업체 관계자는 "'유럽풍 아파트'는 경제수준이 올라가는 시기적 상황과 업체들의 고분양가 체제 유지 희망이 어우러진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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