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도 정황이 충분하다면 유죄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식당 앞에 있던 차량을 몰다 접촉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김모(5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3년 8월 9일 새벽 2시 35분쯤 경기 김포 소재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142%로 자신의 승용차를 5m 가량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그러나 김 씨는 여자친구 식당 앞에 차량이 무단 주차돼 있어, 항의 차원에서 앞을 가로막아 놓고 그 뒤부터 술을 마신 거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목격자만 있을 뿐, 운전하는 걸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이에 1심과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 씨가 술을 마셨다고 주장한 시간이 새벽 1시부터 2시 반까지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식당에 새벽 1시까지 있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씨 차량 등이 도로를 가로막고 있던 1시 간 반 동안 통행하려던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 씨가 사고가 난 차량 운전자에게 수리비로 50만 원을 지급한 것도 음주운전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판단,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상 음주운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