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일동제약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피델리티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녹십자의 주주제안서에 문제가 없다면 일동제약은 이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1년 전 피델리티 펀드가 녹십자와 손잡고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막은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피델리티가 누구 손을 들어줄 지 주목된다.
현재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지분율 32.52%)과 2대 주주인 녹십자 측(29.36%)의 지분 차이(3.16%P)가 얼마 나지 않는 만큼, 이번 주총에서도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피델리티 측이 누구에게 우호적인지가 관건이다. 피델리티 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동제약 주식 250만6600주(10.00%)를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가 주주제안서를 발송함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이사진 선임을 두고 표대결이 벌어질 경우, 피델리티가 다시 한번 녹십자 측 손을 들어줄 지가 핵심 포인트다. 앞서 일동제약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지만, 녹십자가 피델리티 펀드와 손잡고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져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피델리티 측은 서면으로 지주사 전환 반대 의사표시를 했었다.
특히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했었다. 표결 결과는 찬성 54.6%, 반대 45.4%로 가결요건인 출석 주식수 3분의 2 이상 찬성에 못 미쳐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계획 승인 건은 부결됐다.
더군다나 피델리티 측이 일동제약 경영에 있어서 중차대한 이슈였던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건에서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던 만큼 이번 이사진 선임 건에서도 다시 한 번 녹십자와 뜻을 같이 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