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쪽방촌 찾아나선 삼성 사장단…봉사활동 현장 동행해보니

입력 2014-12-10 15:29 수정 2014-12-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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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봉사하는 사람도 힐링”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10일 서울 용산지역 쪽방촌에서 주민에게 생필품을 전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삼성 사장단이 파란 점퍼로 옷을 갈아입고 용산 쪽방촌 앞에 모였다. 몸이 불편한 주민들에게 생필품과 선물을 전달하고 정담도 나누는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10일 삼성 사장단 24명은 용산ㆍ종로ㆍ영등포ㆍ남대문ㆍ동대문 등 서울지역의 6개 쪽방촌을 방문했다.

이날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의 쪽방촌 방문에 동행했다. 박 사장은 이불과 생필품 박스를 들고 언덕길을 올라 작은 슈퍼마켓 옆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3층에 오르자 긴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 16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황토색 페인트로 칠해진 오래된 나무문을 열자 지난해 박 사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던 김동식(가명) 할어버지가 맞이한다.

“술 많이 마시면 안 좋아요. 담배도 많이 피우셨네. 담뱃값 오르니 그 기념으로 딱 끊어버려요.” 박 사장은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잔소리부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할아버지가 박 사장이 오기 전부터 술을 드신 것. 한 사람 누우면 가득 찰 것 같은 좁은 방 안에는 술병과 담배가 뒹굴고 있었다.

박 사장은 김 할아버지의 “담배 한 갑만 사줘 봐”라는 말에 “담배 끊으라니까”라고 답하며 단호하게 받아친다. 자식이 부모에게 잔소리하는 듯 투박한 말투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는 진심이 묻어난다. 방 안이 좁은 탓에 박 사장은 구두를 신은채 상반신만 반쯤 방 안에 집어넣고 걸터앉아 그렇게 한참을 할아버지의 건강을 물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거노인 수는 125만명, 이 가운데 노인 빈곤율은 45%에 달한다. 이웃나라 일본(22%)의 두 배를 넘어서는 비율이다. 혼자 사는 가난한 노인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들은 생계 문제뿐 아니라 건강도 취약환경에 놓여 있다. 홀로 방 안에 앉아 TV를 벗 삼아 술과 담배에 의지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김 할아버지를 만나고 나온 박 사장의 얼굴에는 이같은 걱정이 묻어났다. 그는 김 할아버지의 쪽방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바라보며 “술, 담배만 줄이셔도 건강하실텐데 저걸 어떻게 끊게 해야 하나 몰라”라고 걱정했다. 박 사장이 김 할아버지를 만난 건 올해가 두 번째. 지난해 쪽방촌 방문 때에는 할아버지를 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이날 할아버지가 술을 드시는 바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에 못내 아쉬워했다.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가 10일 서울 용산지역 쪽방촌에서 주민에게 생필품을 전달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날 박 사장은 또 다른 쪽방을 방문해서도 아픈 곳은 없는지, 전기세는 많이 나오는지 등을 물으며 독거 노인들의 아들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회사 대표답게 오래된 TV를 사용하는 것을 보곤 전기세가 많이 나오지 않냐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전문가로서 박 사장에게 바람이 있다면 저렴하고 품질 좋은 보급형 TV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 TV를 벗 삼아 지내는 독거노인들이 전기세를 절약하고 첨단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변을 위한 사회적 기업 활동이라 믿고 있다.

박 사장은 “봉사를 받는 사람도 좋겠지만, 봉사하는 사람도 힐링이 된다”며 “다만,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고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 사장단의 쪽방 봉사활동은 2004년 시작된 이래 올해까지 11년간 총 252명의 사장이 참여한 삼성의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도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들은 전국적으로 6400여개 쪽방을 방문해 총 3억원 상당의 쌀, 라면, 김 등이 담긴 생필품 세트를 전달하고 어르신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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