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올 3분기 매출액 23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더 악화됐다. 서울반도체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7% 급감한 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 1조원을 기록한데다, 그동안 국내 LED업계의 맏형으로 불렸던 서울반도체의 실적치곤 초라하다. 지난 2분기부터 연이어 실적이 악화된 것도 서울반도체로선 뼈 아픈 일이다.
국내 LED업체인 루멘스 역시 3분기 실적이 곤두박칠쳤다. 루멘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235억4200만원으로 23% 감소했다. 루멘스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LED 산업이 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운 환경”이라며 “고객사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실적이 집계되지 않은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견기업 일진머티리얼즈의 자회사인 일진LED도 올해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1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또한 동부그룹의 LED패키지 계열사인 동부LED도 지난 9월 경쟁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이 같이 국내 LED업계가 올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최근 몇 년새 급증하고 있는 중국산 초저가 제품 공세 때문이다. 중국산 저가 LED칩, 패키지 제품들의 공급 과잉으로 업계 전반에 과열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칩, 패키지 등 소재 가격을 낮춰야 LED조명이 대중화될 수 있지만, 하락폭이 너무 급격해 업체들이 감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마치 2000년대 후반 급속도로 활성화됐던 태양광 시장이 최근 몇 년간 불황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다.
LED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들로 인해 인하 단가 하락 압박을 많이 받게되면서 이익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약 3년 전부터 LED사업에 너도나도 투자했던 많은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칩, 패키지 등 소재 분야를 영위하는 LED기업들은 남아있는 곳이 몇 곳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전반적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에서 생산공정, 원가관리 등 경영 노하우를 완벽히 구축하지 못하면 경쟁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일진LED 관계자는 “최근의 업황 부진으로 인해 경쟁력이 없는 영세 업체들이 대부분 구조조정된 상태”라며 “중국업체들 역시 가격 하락으로 인해 힘든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기술력과 공정관리 등 효율성을 앞세워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의 상황이 힘들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LED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있는 분야다. 이에 국내 LED업체들도 올해와 내년 상반기 정도만 넘기게 되면 시장이 다시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가 제품의 유혹이 크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품질과 기술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여전하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현재 LED시장의 상황은 컴팩트 형광등이 처음 나왔던 1990년 상황과 비슷하다”며 “당시에도 신규진입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고전했지만, 결국 품질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다시 인정을 받게 됐다. LED 선도업체들 역시 1~2년 후엔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