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력하던 ‘위미노믹스’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아베 내각 여성 각료 5명 가운데 2명이 입각한 지 2달 채 되기도 전에 중도 하차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경제 집행의 오른팔 격이었던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이 20일(현지시간) 정치자금 의혹으로 사임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자신이 관여한 정치단체의 허위 회계 의혹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그가 맡았던 경제산업상 자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경제수석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부치는 마흔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일본 첫 여성 경제산업상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일본 역대 총리 중 일본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막내딸로 차기 총리 후보로도 거론된 인물이기도 했다.
오부치 경제산업상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후에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상도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자금 불법 지출 의혹과 관련해 이날 사임한 오부치 경제산업상에 이어 지난달 3일 개각 때 내각에 신규 진입한 여성 각료 2명이 같은 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일본 경제회복의 핵심으로 꼽은 ‘위미노믹스’의 일환으로 지난 9월 개각 당시 여성 정치인을 대거 기용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동력을 잃은 일본 경제에 신성장 동력은 여성의 사회진출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여성각료 2명이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해 낙마하게 되면서 2012년 이후 경기부양정책의 성공과 정치추문 없는 청렴한 이미지로 지탱됐던 아베 내각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총리는 이미 한차례 정치자금 스캔들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던 2006년 당시 일련의 정치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해 결국 아베 총리는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소재 싱크탱크 아시안포럼재팬의 나카무라 카츠히코 전무는 “아베 정권이 실수를 했지만 야당이 (이번 일을) 아베 총리 사임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여성 각료의 잇단 사퇴로 아베 총리의 자리가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정책 집행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성장률 부진과 소비세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 상황에서 아베 내각 내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일본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마이너스(-) 7.1%을 기록했다. 연율 6.8%로 위축됐을 것이라던 잠정치보다 악화된 결과로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한 여파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