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 내가 때린 게 무슨 문제”…양심범과 확신범의 경계 [서초동 MSG]

입력 2024-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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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전국 법원에서 다루는 소송사건은 600만 건이 넘습니다. 기상천외하고 경악할 사건부터 때론 안타깝고 감동적인 사연까지. '서초동MSG'에서는 소소하면서도 말랑한, 그러면서도 다소 충격적이고 황당한 사건의 뒷이야기를 이보라 변호사(정오의 법률사무소)의 자문을 받아 전해드립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사건은 사안이 복잡하고 법률적 쟁점이 많은 사건이 아니다. 세간에 큰 이슈가 되는 사건, 본인의 이념‧생각과 전혀 맞지 않는 사건이 훨씬 어려운 사건으로 꼽힌다고 한다.

특히 확신범, 양심범의 경우 사임을 고려할 만큼 큰 고민이다. 이들이 가진 신념의 옳고 그름과 별개로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범죄 행위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와 함께 나치에 부역하여 유대인을 학살했던 전범들은 확신범이다. 테러리스트도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믿음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다.

흔히 알고 있는 ‘마블 세계관’의 타노스 역시 우주 공멸을 막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인류의 절반을 말살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는 점에서 확신범이라 할 수 있다.

논란이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라 애초 양심범으로 분류됐다. 그러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들을 위해 36개월간 합숙 복무를 하는 대체복무 제도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실제 맞닥뜨리는 확신범, 양심범은 어떨까. 양심범이란 단어에 꽂혀 저마다의 주장을 가지고 떳떳함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부모는 자녀를 위해 학교에 숨어 들어가 시험지를 훔쳤다. 이들은 ‘자녀를 위한 일’인데 어떻게 범죄가 되느냐고 되레 따지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순 없다고 설득하는 변호인에게 항의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부모는 “자식은 내 소유물이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 때린 것인데 왜 범죄가 되느냐”며 반발한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부모가 직접 증거로 제출한 동영상에서조차 아이는 “죄송해요. 때리지 마세요”를 외치며 울먹거리는데도 잡아뗀다. 그런 순간마다 확신범인 줄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종교가 개입된 사건도 변호사에겐 괴롭고 힘들 때가 있다. 한 성직자 부부는 스스로가 신의 대리인이라며 은총이라 주장하며 어린 학생을 성 착취했다. 이들은 “신과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변호사를 질책했다.

이처럼 본인의 신념과 믿음에 심취한 양심범과 확신범은 법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는 이러 사건을 다루면서 법률적 전문성뿐 아니라 윤리적, 도덕적 고민까지 겪게 된다.

물론 선조들의 저항 독립운동으로 광복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으니 양심범과 확신범의 위법성만을 놓고 따질 순 없지만, 각자의 양심이나 생각이 다르더라도 법질서에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보라 정오의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권리와 주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사회적 논의의 결실”이라며 “법과 사회 질서는 다양한 신념과 가치를 조화롭게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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