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의료기기 투자 증가…신약 개발 분야는 비슷”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 금액이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투자 금액은 활황기였던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못하지만, 지속적인 투자 하락세가 반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저효과와 의료기기 투자 쏠림 현상으로 투자가 증가한 것이라며 바이오업계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다는 의견이다.
1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액은 5771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5185억 원 대비 11.3% 증가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1563억 원, 2분기 42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14.8% 늘었다.
바이오‧의료 투자 시장은 코로나19를 전후로 호황을 누렸지만, 글로벌 경제위기와 고금리 영향으로 2022년 말부터 투심이 조금씩 얼기 시작했다. 지난해 크게 위축됐고 투자액도 줄었다. 최근 바이오‧의료의 신규 투자는 2020년 1조1970억 원, 2021년 1조6770억 원, 2022년 1조1058억 원, 2023년 8844억 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신규 투자액의 절반이 넘는 액수를 기록했다. 비상장사 중심으로 살펴보면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400억 원)을 비롯해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230억 원), 휴톰(205억 원), 바임(200억 원), 메디인테크(200억 원), 아벨로스테라퓨틱스(170억 원), 웰트(140억 원) 등이 1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는 지난해보다 투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으로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투자 증가 이유로는 기저효과와 의료기기 분야 투자 쏠림을 꼽았다.
국내 한 벤처캐피탈(VC) 대표는 “투자가 일부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작년 투자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올해 조금만 증가해도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인다”며 “또 바이오‧의료분야 통계가 바이오와 의료기기를 합친 것인데, 최근 미용 의료기기 시장 투자가 활발하다 보니 의료기기 쏠림 현상이 있다. 신약개발 회사의 상황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한 VC 심사역은 “올해 투자가 증가한 것은 맞다. 다만 부익부 빈익부 느낌이 있다. 예전에는 여러 회사에 나눠 투자했다면, 요즘에는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 받는 곳은 잘 받고 못 받는 곳은 어려움을 겪는다. 좋아 보이는 회사에 투자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투자가 상장사에 쏠렸다는 의견도 있다. 비상장 바이오기업 대표는 “VC는 주로 초기 단계 회사, 즉 비상장사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최근 상장사 유상증자도 많이 참여한다”며 “투자할 때 선택과 집중을 하고 위험이 낮은 쪽에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상장사에 쏠린 것”이라고 견해를 제시했다.
한편 벤처캐피탈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신규 투자액은 3조6574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3조856억 원 대비 18.5% 상승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9820억 원, 2분기 2조67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4%, 21.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