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원 부산은행 상무 "'여성' 틀 벗어나 꾸준히 공부해야"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⑩]

입력 2024-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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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7-2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문정원 BNK부산은행 동부ㆍ울산 영업본부장(상무)은 최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기회가 왔을 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정원 BNK부산은행 동부ㆍ울산 영업본부장(상무)은 최근 이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기회가 왔을 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두세 번 영업점 직원과 소통
"직원이 즐거워야 조직도 발전할 수 있어"
후배 금융인, '여성' 틀 깨고 강점 펼쳐야

'다음 주 일정을 살핀다. 거래처 일정이 없는 날 영업점 직원들과의 점심 또는 저녁 약속을 잡는다. A 지점 직원 7명과의 점심, 지점장 10명과의 저녁이 잡혔다. 가장 가까운 점심에 볼 직원들의 이름을 여러 차례 읊으며 외워본다. 이 지점 직원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문정원 BNK부산은행 동부ㆍ울산 영업본부장(상무)가 올해 1월부터 매주 하는 루틴이다. 문 상무는 1989년 입행해 부전남, 명지지점, W스퀘어지점의 지점장, 사직동금융센터 센터장을 역임했다. 본부에서는 자산관리(WM)사업부장을 맡았다. 입행 후 35년간 탄탄히 쌓아 올린 수신ㆍ여신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올해 1월 동부ㆍ울산영업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총 42곳의 영업점을 총괄하는 그는 영업점과 본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영업점에서 매일 일어나는 현안과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문제점을 듣고 본부에 전달해 영업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 제일 공을 들인다.

그가 거래처와 일정이 있는 날을 뺀 나머지 시간을 영업점 직원들과의 소통에 쏟는 이유다. 문 상무는 일주일에 평균 2~3번 정도 점심, 저녁 시간에 직원들을 만난다.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한 번에 적게는 7명, 많게는 15명까지 만난다. 모이는 인원은 다양하다. 직급을 섞어서 지점별로 보기도 하고, 지점장만 따로 모이는 등 직급별로 보기도 한다. 문 상무는 "지점장이 본부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아래 직원들 때문에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통은 실제 업무 환경 개선의 계기가 됐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자금 대출이 부산은행 지점의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부산 외 지역 고객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문 상무가 이를 본부에 전달하고, 개선했다.

문 상무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다 보면 조직이 더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업점 직원들과 소통하고 이를 본부에 전달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개선하는 게 영업본부장의 역할이고 이를 잘해야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BNK부산은행)
(사진제공=BNK부산은행)

그가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90년대에 여성 직원에게 주어지는 업무는 주로 예금(수신)에 한정됐다. 대출과 외환 업무는 영업점 뒤쪽에서 남자직원이 주로 맡았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는 여성 선배들이 회사를 떠났다. 일과 육아의 병행에 어려움을 겪던 여성 선배 중 대부분이 희망퇴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성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문 상무는 은행 내 연수에 참여하고 자격증을 따는 등 공부에 전념했다.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영업점 근무와 법학 공부를 병행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문 상무는 대리 시절 은행 업무가 민법, 상법과 연관돼 있다는 생각에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이는 그가 2004년 책임자(과장)가 돼 직원들에게 수신 업무의 세일즈 노하우를 전달하는 '세일즈 매니저'로 3년간 활동하고, 다시 영업점으로 복귀해 여신 업무를 맡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부산은행의 여러 지점에서 리더로 생활하면서 성별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지점장 생활 7년간 'BNK금융그룹을 대표해 일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관했다. 문 상무는 "지점장으로서 거래처를 대할 때나 외부 활동을 할 때는 '여성 vs 남성'의 개념이 아니라, BNK의 대표로 일한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문 상무는 부산은행 임원 22명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역량이 충분한 여성 금융인들이 관리자, 임원직에 많이 올라올 것이라고 봤다. 문 상무는 "2016년 처음으로 지점장이 됐을 때 여성 지점장은 6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명이 넘는다"며 "실력 있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에 점차 여성 리더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부산은행의 여성 관리직(과장~부장급) 비율은 지난해 32.17%(407명)로, 2021년 28%, 2022년 30%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문 상무는 출산, 육아로 인한 여성직원들의 여전한 어려움 극복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지원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력이 있지만, 육아로 인해서 일을 그만두는 여성 직원들이 과거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있다"며 "일을 할 수 있게 직장 내 보육 시설의 운영 시간을 늘리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통 잘 되는 '최고의 영업점' 되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

문 상무의 목표는 '동부ㆍ울산영업본부에 소속된 영업점들이 '최고의 영업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영업점'이란, 지점장과 직원들 사이 '상하 소통'이 잘 되는 곳이다. 문 상무는 "점심 또는 저녁 자리에서 유독 직원들이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곳(지점)이 있다"며 "지점장과 대리, 과장들이 웃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소통이 잘 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확실히 그런 지점들이 실적도 좋다"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기회를 잡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지식을 쌓고 경험을 많이 하라'고 당부했다. 문 상무는 "지금은 과거보다 기회가 더 많지만, 경쟁 역시 많은 시대"라며 "기회를 잡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기회가 왔을 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으면 내가 많이 알고 있음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주변에서 평가해준다"고 부연했다.

특히 앞으로 리더가 될 여성 후배들에게는 '틀을 깼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문 상무는 "이제는 더는 남녀를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틀을 깨고 나왔으면 한다"며 "여성보다는 리더라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에 나와 개인의 강점을 펼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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