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숙 KB손보 제주지역단장 "부드러운 섬세함을 무기로" [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⑨]

입력 2024-07-15 05:00 수정 2024-07-15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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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7-1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보험아줌마' 아닌 '보험 여왕'으로
"엄마 같은 코칭·격식 없는 소통으로
과정지향적인 조직 만든 것이 비결"
KB손보, 자체 육성 프로그램 강화

보험아줌마. 어머니뻘 보험설계사들을 흔히 부르던 말이다. 자유롭게 업무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친척이나 지인을 통한 관계형 영업이 가능하다 보니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함께 ‘보험아줌마’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관리하는 임원, 부서장, 지점장 중 여성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남녀근로자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00인 이상 금융·보험업 중 여성 관리자 비중은 24.3%다. 이같은 결과는 여직원의 도전정신을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KB손해보험은 ‘양성평등’과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를 위해 일찍이 노력을 기울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의 여성 지점장 비율은 42.8%로 가장 높다. 이어 △삼성화재 35.3% △DB손해보험 20.7% △현대해상 31.7% 순이다. 여성관리자 비중도 지난해 26.6%로 업계 평균보다 2.3% 포인트(p) 높다.

오진숙 KB손보 제주지역단장도 KB손보의 양성평등 사내문화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당당히 부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오 단장은 20살 어린 나이에 1997년 KB손보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점 매니저, 지역단 스태프, 육성소장, 지점장 등의 보험사 영업현장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2009년 제주지역단 육성소장으로 처음 관리직을 맡은 뒤 이후 한라지점장·삼다지점장·제주지점장·삼다 텔레마케팅 채널(TC)지점장을 역임하며 관리자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히 쌓았다.

▲오진숙 KB손해보험 제주지역단장이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오진숙 KB손해보험 제주지역단장이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부드러운 섬세함이 여성이 가진 무기죠”

오 단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험사 지점장으로서 영업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평소 다양한 보험 상품에 대한 지식을 겸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고객과 구성원들의 대소사까지도 모두 기억하고 챙기며 말 그대로 ‘센스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오 단장은 ‘기억에 남는 지점장’이 되고자 했다. 여기엔 그가 가진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보험설계사의 직업 특징상 이직이 잦지만, 내가 맡은 지점에서는 다른 곳과 명확히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진한 색깔을 입히기 위해 노력했다”며 “제주지역단 구성원 모두에게 엄마같은 코칭과 지원, 격식없는 소통을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로 함께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점장으로 처음 부임한 2012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학습모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점 내 구성원들이 고객들로부터 신뢰받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기계발을 도와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제주지역단 한라지점에 ‘리딩클럽(Reading Club)’이 탄생한 배경이다.

오 단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성공하는 습관’이 독서였고 이를 구성원에게도 전달해주고자 한 것이다. 그는 “장기간 근속하면서 영업환경 변화 흐름을 알기 위해 매일 아침 신문을 정독하고 다양한 자기계발서도 수시로 읽으며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출근 후에는 당일 일정을 꼼꼼히 점검하고, 퇴근시간에는 반드시 다음날 계획을 미리 세우는데, 이 같은 작은 습관이 모여 더 나은 제 자신이 돼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했다.

솔선수범하는 그의 모습은 직원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다. 독서와 토론을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그 결과 첫 해에만 7명의 우수영업 설계사(골드멤버)를 배출해 내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지점에서 우수 성과를 잇달아 기록하면서 ‘영업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이름 옆에 걸었다.

▲오진숙 KB손해보험 제주지역단장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오진숙 KB손해보험 제주지역단장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KB손해보험)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사람”

오 단장이 최근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인재육성’이다. 그는 “지점장, 매니저, 스탭 등 다양한 직무 경험을 해오며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함께 일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영업채널이지만 목표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지향적이며 부드러운 소통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본인과 같은 여성 직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KB손보의 사내문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오 단장은 “KB손보에서는 지난해부터 KB 로즈 어워드(Rose Award)를 운영하면서 양성평등에 이바지한 직원을 구성원들이 직접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면서 “특히 저연령 여직원들의 도전을 독려하고 기회를 부여하는 회사 차원의 노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KB손보는 여성인재 육성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성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성장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 △신임부서장 △고직급 △저직급 3개 단계로 구분해 교육과정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탄탄한 복리후생도 시행 중이다. △임신기·출산 이후 초등학생 자녀 위한 돌봄 근로시간 단축 △출산전후휴가기간 포함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미취학자녀 교육비 지원 △입학축하금·자녀학자금·세자녀 출산축하금 △가족돌봄 휴가 △보건수당·보건휴가 △난임 휴직·휴가제도 △자녀 희귀·난치병 의료비 지원 등이 제공되고 있다.

오 단장은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올해 3월 개최한 ‘위 스타(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에도 멘티 대표로 직접 참여했다. ‘WE STAR 멘토링 프로그램’은 균형 잡힌 역량과 올바른 리더 역할 모델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선배가 멘토가 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리더십 역량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48명의 신임 여성부점장들을 대상으로 △코칭 및 그룹 멘토링 △리더십 및 커뮤니케이션 특강 △선배 리더들과의 네트워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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