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우려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이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며 한국과 일본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 고객 유치에 나섰다. 법안이 실행되면 관련된 중국 기업은 2032년 1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는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생물보안법이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찬성 40표 반대 1표로 통과됐다. 이 법안은 올해 1월 25일 미국 하원에 제출된 법으로 미국 환자 데이터와 납세자의 돈이 적대국의 바이오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의회는 생물보안법이 하원 상임위를 통과함에 따라 7월 4일 하원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의결하고, 상원 전체회의 및 대통령 서명을 통해 연말까지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생물보안법에 따르면 규제 대상 우려 바이오기업을 A, B, C 그룹으로 구분해 법을 차등 적용한다. 특히 A그룹에는 중국의 BGI, MGI 등 유전체 장비제조 및 분석 서비스 기업과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 5개 사가 포함됐다. A그룹에 포함된 기업은 2032년 1월 1일 이후 미국에서 장비와 서비스 계약을 할 수 없다. 이에 따라 A그룹과 계약 관계인 미국 기업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한·일 CDMO 기업은 이 시장을 겨냥한다. 그간 한·일 기업은 중국보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가격경쟁력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생물보안법 최종 통과가 유력해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현재 미국 바이오기업의 중국 기업 의존도는 80%에 달한다. 미국바이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국 CDMO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24개 중 79%가 중국에 기반을 두거나 중국이 소유한 제조업체와 최소 1개 이상의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에서 중국 기업과 계약한 곳은 늦어도 2032년까지 새 파트너를 찾아야 해, 기존 중국 물량이 다른 CDMO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대표 수혜 기업으로 지목한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대비 우수한 기술력·생산력은 물론 실적과 빅파마 네트워크 측면에서 시장 니즈에 부합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수합병(M&A)이나 미국 내 시설 인수를 고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 영향으로 중국 기업에 의약품 생산을 맡긴 국내외 기업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며 “이달 14~16일 글로벌 제약그룹이 충북 오송 본사를 찾아 실사 미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CDMO 기업으로 셀트리온, 에스티팜, 롯데바이오로직스, 차바이오그룹 등도 중국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단 전략이다.
일본에서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AGC 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네덜란드 BioConnection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일본의 글로벌 유리제조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바이오의약품 CDMO 자회사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이다.
AGC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의회에서 발의된 생물보안법에 따른 기업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다”며 “법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에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