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사활건 은행, 혁신기술엔 등돌렸다…기술신용대출 1년새 21조↓

입력 2024-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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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2-19 17:47)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기술신용대출 21.4조 감소
기업대출 1년새 77.4조 늘어
“TCB 발급기준 높아 수요 줄어”
업계 “옥석 가리기 바람직”

지난해 기업대출에 사활을 건 은행들이 벤처·혁신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신용대출’은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기술신용평가(TCB) 발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줄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그간 대출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까지 폭넓게 대출이 지원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옥석 가리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04조5353억 원으로 전년 동기(325조9611억 원)보다 21조4258억 원 쪼그라들었다. 기존 중소기업 대출의 연장·대환, 증액을 제외한 순공급 금액을 뜻하는 기술신용대출 평가액으로는 같은 기간 245조5242억 원에서 230조7812억 원으로 14조7430억 원 감소했다. 이 기간 기술신용대출 건수도 72만4729건으로 13.6% 줄었다. 집행 건수는 지난해 3월 83만1425건에서 △6월 74만9679건 △9월 74만4670건 △11월 74만17건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술신용대출은 신용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중소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해주는 대출 상품이다. 2014년 제도가 도입된 후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은 일반 중소기업 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받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강화하고 있지만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TCB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술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도 감소 이유”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기술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것과 대조적으로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확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247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1170조3000억 원)보다 6%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30조9000억 원, 46조5000억 원 증가했다.

기술신용대출에 대한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초기에는 기술평가서가 지금보다 잘 나오기도 했고, 성과지표에 반영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거나 일반대출을 기술금융 실적에 포함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실시한 금융위원회 기관 정기검사에서 기술금융의 부실심사, 실적평가 및 정책자금 집행오류 등의 행태를 적발하고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용되고 있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이 2020~2022년 기술자격을 근거로 발급된 TCB 평가서 3856건에 대한 표본 점검을 실시한 결과 49%(1890건)가 기술금융 인정대상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사학위가 아닌 석사·전문의를 기술자격으로 인정하거나 도용된 학위·자격증을 인정한 사례도 드러났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기술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것이 아니라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했고, 기술기업 대출도 나갈 만큼 나간 상황으로 지금은 대출 잔액이 감소하는 게 맞는다”면서 “새로 나온 기업들은 대출이 아닌 보증 연계 투자 등 투자를 받는 것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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