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치명적인 부작용 이슈가 불거지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시판된 제품의 안전성 점검에 나섰다. CAR-T 치료제는 일명 '기적의 항암제'로 국내 소개되면서 다수의 기업이 연구에 나선 상황이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존슨앤드존슨(J&J)의 CAR-T 치료제 '카빅티'에 '치료 후 골수이형성증후군 및 급성 골수성 백혈병 등을 포함한 이차성 혈액암이 발생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박스형 경고문을 추가했다. FDA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내 출시된 CAR-T 치료제를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들 일부에서 T세포 혈액암이 발병하는 특이 사례가 보고되면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 T세포를 채취한 후, 암세포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쳐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항암제다. 환자의 자체 세포를 활용하는 개인 맞춤형 치료제이며,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각광받는다. 현재 카빅티를 비롯해 △노바티스의 ‘킴리아’ △길리어드 ‘예스카타’·‘테카르투스’ △BMS ‘브레얀지’·‘아베크마' 등이 출시됐다.
국내에서 처방되는 제품은 킴리아가 유일하다. 킴리아는 2021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됐다. 당시 중증의 환자를 한 번의 투약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원샷 치료제'라는 특성과 약 4억 원의 가격대로 주목받았다. 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의 본인 부담금은 약 600만 원으로 낮아졌다.
카빅티는 지난해 3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처방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은 국산 CAR-T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큐로셀은 202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CAR-T 치료제 임상에 진입했다. 현재 후보물질 ‘안발셀’의 2상을 마무리했으며, 1월 전후로 해외 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9월경 식약처에 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다. 앱클론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AT101’의 2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의 투자도 이어져, 최근 HK이노엔의 CAR-T 치료제 연구과제가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의 국가신약개발 지원 과제로 선정됐다.
학계와 의료기관의 관심도 높다. 서울대병원은 2022년 자체 개발한 CAR-T 치료제 후보물질 'SNUH-CD19-CAR-T'를 활용한 임상 1상을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임상에 참여한 18세 백혈병 환자는 SNUH-CD19-CAR-T를 투약한 이후 1개월여 만에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관해' 결과를 보였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고려대병원 등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CAR-T 센터를 설치하고 연구 및 처방을 시행하고 있다.
기대가 높은 만큼 효과와 안전성을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CAR-T 치료제가 획기적인 기술은 맞지만, 모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항암제는 아니다. 현재 국내외에서 출시된 CAR-T 치료제는 모두 일부 혈액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쓰인다.
국내에서 처방되는 킴리아의 적응증은 △25세 이하의 소아 및 젊은 성인 환자에게서의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급성림프성백혈병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B세포림프종 성인 환자 △두 가지 이상의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림프종 성인 환자 등으로 투약이 필요한 환자 범위가 좁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CAR-T 치료제가 작용하는 기전의 특성상 림프종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유리하다”라며 “허가된 적응증과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림프종 환자 중에서도 투약 가능한 대상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에서 허가된 CAR-T 치료제 중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확보한 제품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치료제 사용의 이득을 제대로 검증해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필요도 제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가약 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킴리아 급여 등재 후 지난해 6월까지 투약 환자 총 146명이 526억 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이들 중 투여 6개월이 지난 림프종 환자 130명이 반응평가를 제출했는데, 환급 대상이 99명에 달했다. 킴리아 투여환자 중 약 75%는 치료 효과가 없어,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일정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CAR-T 치료제 개발 기업 관계자는 “CAR-T 치료제를 투약하는 환자들은 중증의 말기 환자들이기 때문에 어떤 치료제를 사용해도 위험성이 높게 나타날 것”이라며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시도할 수 있는 치료제인 만큼, 투약 이득이 부작용 우려를 뛰어넘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