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이' 조정래 "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인간에 관한 소설"

입력 2023-11-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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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의 욕망을 오욕(五慾)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가 바로 물욕이다. 왜 물욕을 맨 앞에다가 넣었을까? 이것이 인간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기자간담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모습. (해냄출판사)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기자간담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모습. (해냄출판사)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설 '황금종이'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는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 작가는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돈의 힘이 더 막강해졌다"며 "이로 인해 인간사 비극의 80~90%가 돈 때문에 야기된다. 나는 돈이 인간을 어떻게 구속하고 지배하는지, 인간이 왜 돈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문제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조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소설 '황금종이'는 제목 그대로 황금종이, 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이태하'는 운동권 출신으로 검사로 일하다가 재벌 비리 문제를 덮자는 수뇌부에 반발하고 검찰을 떠난다. 이후 그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돈에 얽힌 사건들을 맡으며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돈 문제'에 얽힌 인간들은 다음과 같다. 죽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남긴 유산을 빼앗으려는 딸. 갑자기 월세를 4배로 올린 건물주를 폭행해 구속된 자영업자.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을 배달하며 받은 수고비로 연명하는 노인.

조 작가는 "나부터 탐욕을 지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지 되묻곤 한다. (소설에) 수십 가지의 돈과 관련한 사례를 적으면서 우리 삶이 어떤 모양인가, 얼마나 짐승적인 삶인가, 오히려 짐승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세상에서 바람직하게 사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다"며 "운동권 출신의 이태하 변호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탈출구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모습. (해냄출판사)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황금종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정래 작가의 모습. (해냄출판사)

주인공을 운동권 출신으로 설정한 데 대해 조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가 군부독재에 빠져 있을 때, 오늘의 민주화를 이룬 게 운동권 출신들"이라며 "그들이 단결해서 40~50명의 국회의원을 만들어냈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세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게 내가 운동권에 바랐던 거다. '태백산맥'을 쓰고 있을 때, 내 작품을 치열하게 응원했던 사람들에게 걸었던 정치적 기대가 있었다"며 "근데 (민주화를 이루고 나니) 전부 자기 욕심 차리는 권력욕에 빠졌다. 지금은 매도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소설에는 또 한 명의 중요한 등장인물이 등장하는데, 이태하가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운동권 선배 '한지섭'이다. 그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치계에 입문하지만, 초심을 잃고 권력에 야합하는 운동권의 모습에 귀농을 결심한다.

이태하와 한지섭은 조 작가가 386세대에게 걸었던 희망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젊은 사람들에게 사인해줄 때마다 '늘 첫 마음으로'라는 문구를 적어준다"며 "이것은 내가 작가로서 지닌 마음이다. 흔들릴 때마다 채찍질해가면서 (이 말을) 지켰다"고 말했다.

간담회 끝에 조 작가는 환생할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영혼이라는 게 뭘까. 나는 어디에서 왔고 죽으면 어디로 갈까. 그것이 다음 작품의 주제"라며 "몇 권이 될진 모르지만 일단 써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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