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위장한 프로게임팀 코치·의사 줄줄이 재판행

입력 2023-01-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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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브로커 구속기소…의뢰인마다 진료기록 확보 방법도 달라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병역을 면제받거나 신체검사 등급을 낮춘 병역 면탈자와 브로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뇌전증 환자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병역을 감면받았다.

서울남부지검ㆍ병무청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은 브로커 김모(38) 씨를 구속기소 하고 병역면탈자 15명, 범행에 가담한 면탈자 가족이나 지인 6명 등 21명을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병역 브로커' 구모(47) 씨에 이어 두 번째로 구속기소 된 김 씨는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병역 의무자 등과 함께 뇌전증 증상을 꾸며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감면한 혐의를 받는다. 병역면탈자 중에는 의사(공중보건의), 프로게임팀 T1의 e스포츠 아카데미 소속 프로게이머 코치, 준프로 골프선수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임상 증상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 씨는 인터넷에 병역상담 카페를 개설하고 병역 의무자와 가족 등을 찾아 나섰다.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처럼 행세하면 병역을 감면받을 수 있다', '뇌전증으로 신체검사 5급을 못 받으면 보수를 전액 환불하겠다'는 내용으로 사람을 모은 뒤 컨설팅비 명목으로 총 2억610만 원을 받았다. 병역 의무자들은 김 씨가 알려준 방법으로 뇌전증 환자로 가장해 허위 진단서와 약물 처방, 진료기록 등을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했다.

김 씨는 병무청의 심사를 피해 뇌전증 진단을 인정받으려고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방법도 달리 적용했다. 시급히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은 발작 등을 일으켰다며 119에 허위로 신고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냈고, 시간 여유가 있는 의뢰인은 동네 병ㆍ의원에서 수차례 허위 진료를 받도록 권고했다. 혈액검사 직전 뇌전증약을 복용하라고도 지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료기록을 만들었다.

함께 기소된 가족과 지인들도 범행에 간접적으로 가담했다. 이들은 브로커와 직접 병역면탈 계약을 맺거나 돈을 마련했고, 허위로 119 신고를 하는 등 뇌전증 목격자나 보호자 행세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브로커를 통해 병역을 회피한 의뢰인이 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기소된 병역면탈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병역판정을 새로 받는다. 병역법 86조는 병역의무를 기피나 감면하려고 속임수를 쓴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면탈행위가 발각되면 기존 병역 처분이 취소돼 병역판정검사를 다시 받고 복무해야 한다. 징역 1년 6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전시근로역에 편입되지만 병역면탈자는 제외된다.

김 씨보다 먼저 구속기소 된 병역브로커 구 씨는 27일 첫 재판을 받는다. 구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구속기소 된 뒤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17일에는 반성문도 제출했다.

구 씨의 의뢰인 가운데 부장판사 출신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 아들,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소속 조재성(28)과 프로축구 K리그 1(1부) 선수,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30)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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