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이재명과 검찰, 소명(召命)과 순리(順理)

입력 2023-01-26 06:00 수정 2023-01-2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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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28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두 번째 소환 조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돈다. 대장동‧위례 신도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제1부(엄희준 부장검사)와 제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소명할 혐의가 많아 두 번의 조사로는 부족하고, 앞으로 두 차례 가량 더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이 대표 측 변호인에게 전달한 상태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이번 주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검찰 수사는 받지 않길 원하는 분위기다.

주말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검찰은 이 대표 측 의사와는 무관하게 추가 소환 통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 대표가 두 번이나 검찰에 출석한 터라 소환에 불응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라 여론에 예민한 이 대표 입장에선 검찰이 본인 바람과 달리 계속해서 불러도 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게다가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 수원지검 수사 사건과 병합시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최대한 검찰에 꼬박꼬박 나가 ‘도주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도 된다는 모양새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영장을 치기 전에 검찰 뜻대로 조사를 충분히 받았는데 검찰이 구속을 통해 신병을 확보, 더 알아낼 게 뭐가 있느냐고 반박하기 좋다. 또한 구속영장 청구는 ‘무죄추정 원칙’을 무시하고 유죄 예단을 가진 검찰이 이 대표를 망신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대국민 호소할 수 싸움까지 벌일 수 있다.

결국 국민 여론이 관건이다. 민주당 주장대로 ‘야당 탄압’에 공감하는 국민적 평가가 커진다면, 검찰은 수사를 이쯤해서 마무리하고 사법처리 수위를 고심할 것이다. 반대로 이 대표 개인 비리란 비판 여론이 높아질수록 이 대표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해 검찰 기소가 있어도 당 대표직을 유지하도록 바꿨다고 해도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생각하면 민주당에 불리한 여론을 길게 끌고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지방 선거에 이어 총선까지 내리 3연패를 당할 경우 다음 대선 때 정권 탈환이 요원해질 수 있다.

설 연휴 기간인 22~23일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맡겨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응답이 63.8%로 집계됐다. 기소되더라도 당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27.9%) 보다 두 배를 웃돈다.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를 한참 벗어난 수치다. 이 대표의 검찰 수사가 ‘개인 비리 수사’란 답변은 53%, ‘야당 탄압용 정치 수사’라는 답은 33.8%에 달했다. 이 역시 오차 범위를 넘어 벌어졌다.

설 명절을 앞둔 18~20일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 조사와 달라진 결과다. 이 조사에서는 검찰의 이 대표 수사를 ‘정당한 범죄 수사’라고 판단한 비율(47.7%)이 ‘정치 보복 수사’란 시각(44.1%)과 오차 범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내 팽팽하게 대립했다.

아직은 여론 수렴점을 속단하기 이르다. 때문에 주말 검찰 수사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권이든 입법권이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다. 각자 소명(召命)과 순리(順理)에 따르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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