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에 테슬라를 등졌던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 개인투자자)들이 전기트럭 출시를 앞두고 두 달 새 1조 원을 베팅했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10월과 11월 두 달 간 테슬라를 9억6140만 달러(약 1조253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이 개인이 테슬라를 순매수한 금액(25억8388만 달러)의 3분의 1을 두 달 만에 쏟아부은 것이다. 테슬라는 5월 이후 처음으로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 1위(10ㆍ11월) 자리를 재탈환했다.
개인투자자는 테슬라의 전기트럭 출시 기대감에 순매수를 늘리고 있다. 테슬라는 1일(현지시간) 대형 전기트럭 ‘세미’ 출고식을 열 예정이다. 세미는 37톤 중량의 짐을 실을 수 있고 한 번 충전에 최대 800km까지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테슬라는 현재 펩시, 월마트 등에서 2000대가량 사전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전기트럭 출시 기대감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조절 가능성 발언에 30일 7.67% 급등한 194.7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2일 52주 신저가(167.87달러)를 기록한 뒤 16%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전기트럭 공개와 내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수혜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의 주가 하락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도’에서 ‘중립’으로 한 단계 올리고, 목표주가도 176달러로 상향조정했다. 씨티그룹은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도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대비 30배 정도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의 글로벌 생산능력 190만 대가 실제 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이 지속된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지켜나갈 전망이다”라며 “물류 차질이 개선되고 신공장 가동이 정상화되고, 신차(사이버 트럭, 세미 트럭)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주가는 반등할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테슬라의 사업 지배력이 얕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가 반등의 걸림돌이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0년 79%, 2021년 71%에서 올해 1~9월 65%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25년에는 테슬라의 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전세계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후퇴도 악재다. 중국은 내년 전기차 보조금이 소멸되고, 유럽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영국과 독일은 각각 보조금 소멸, 보조금 25~40%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보조금 종료 또는 축소를 앞두고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수 있으나, 내년에는 오히려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