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투기성 주택 매입을 막기 위해 법인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카드를 꺼내들면서 집값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지역 주택시장으로 유입될 법인ㆍ외국인 투자 자금이 서울이나 인천 쪽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적지 않이서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서서히 안정을 되찾고 있는 서울ㆍ수도권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일 경기도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는 투기 우려가 낮은 연천과 안성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권 대부분 지역을 외국인과 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시행 시기는 이르면 다음 달이다.
경기도는 투기과열지구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지정 구역과 기간을 선정해 내달 발표할 방침이다. 법인과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제한하는 사실상 ‘토지취득 허가구역’ 지정이라는 설명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투기 방지와 합리적 지가(땅값) 형성을 위해 일정기간 동안(5년 이내) 토지 거래 계약을 허가받도록 하는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이다.
현행법상 국토교통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경기도는 법인과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위반 시에는 토지 가격의 30% 이하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경기도가 이처럼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법인과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에 따르면 올해 1~7월 법인이 매입한 도내 아파트는 9580채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2036채) 대비 370%(7544채) 급증한 규모다. 이 기간 외국인이 사들인 아파트, 상가, 빌라 등 건축물은 4085호에서 5423호로 32%(1338호) 늘었다.
문제는 경기권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 시중에 풍부하게 쌓인 유동자금이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과 인근 지방 지역으로 흘러들어 집값을 자극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가 경기도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6‧17 대책을 발표하자 규제를 피한 김포와 파주시 아파트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투자 자금이 더 집중되면서, 최근 서서히 안정화 조짐을 보이는 집값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 거래는 2만3167건, 7조6726억 원 규모다.
이 중 서울은 4473건, 3조2725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강남권을 보면 강남구 517건(6678억 원), 서초구는 391건(4392억 원), 송파구 244건(2406억 원)에 달했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도(1만93건, 2조7483억 원)와 인천(2674건, 6254억 원) 순으로 외국인 아파트 매입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도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 서울과 인천 등지로 투자 자금이 더 쏠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수도권은 최근 아파트값 상승폭이 서서히 둔화되며 안정화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시중 부동자금이 풍푸한 데다 금리도 낮은 상황에서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외국인 및 법인의 부동산 투자 자금이 서울ㆍ인천과 인근 충청 이남지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경기권 집값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인 사유재산권 침해와 시장경제 붕괴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