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 축구팀이 16일 일본을 크게 이기면서 우리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한층 더 높아졌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2002년 서울 월드컵 때 못지않은 성적을 거두기를 기대하고 또 빌어 마지않는다.
그런데 축구 경기를 말하는 국민들의 표현이 두 가지이다. 혹자는 ‘경기’라고 하고 혹자는 ‘시합’이라고 한다. 경기와 시합은 어떻게 다를까? 경기는 ‘競技’라고 쓰며 각 글자는 ‘다툴(겨룰) 경’, ‘재주 기’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재주 겨루기’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경기를 “일정한 규칙 아래 기량과 기술을 겨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스포츠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라도 정해진 규칙 아래 서로 기량과 기술을 겨루는 일은 다 경기라고 할 수 있다. ‘기능 올림픽’에서 치르는 ‘경기’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시합은 ‘試合’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시험할 시’, ‘합할 합’이라고 훈독하는 데 ‘合’은 두 가지 이상의 물건이 서로 맞닿아 하나가 되는 순간을 나타내는 글자이므로 맞닿는 횟수를 세는 단위로 사용되기도 한다. 즉 ‘合’은 칼이나 창으로 싸울 때 칼이나 창이 서로 맞부딪치는 횟수를 세는 단위성 의존명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試合’은 직역하자면 ‘칼싸움 시험’인 셈이다. 사무라이(侍:武士)들의 ‘검술 겨루기’로부터 유래한 일본말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비새(比賽:비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比’는 ‘견줄 비’이고 ‘賽’는 ‘굿할 새’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무속의 종교제의인 ‘굿’을 뜻하는 글자이다. ‘굿판’에서는 공동체 단위로 기량을 겨루는 일이 벌어지곤 하였는데 중국어에서는 스포츠를 일종의 굿으로 보고 比賽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한자를 사용하면서 한, 중, 일의 용어가 이처럼 다른 예도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용어인 ‘경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