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OLED‧마이크로LED 기술 어디까지 왔나
“iLED, 소부장 협력해 공급망 생태계 먼저 늘려야”
“마이크로LED, 중국‧대만보다 우리가 앞서야”
설립 17년만 첫 회관 설립…“임기 중 가장 큰 성과”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중심이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전환 증이다. 인공지능(AI) 흐름에 맞물려 저전력을 내세운 OLED 패널이 정보통신(IT)‧모바일 기기와 TV 등에 빠르게 탑재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OLED 세계 시장 비중은 2021년 27.3%에서 2028년 40% 비중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현재 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2~3년 내로 중국에 의해 역전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 부회장은 21일 서울 가락동 협회 회관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OLED 기술은 중국과 격차가 좁혀지고, 마이크로LED는 부품을 공급하는 경쟁국에 의존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 일문일답.
Q. 우리나라 기업은 OLED 제품만 생산한다. LCD를 생산하는 중국과 격차가 있을텐데.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LCD 생산 규모를 늘리며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OLED 제품은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OLED TV 가격은 LCD TV보다 2배 높다. 이를 1.4배 아래로 내려야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 최근 OLED 생산 능력 확보에 집중하며 우리 기업을 추격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자국 내 애국 소비 현상으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우리 기업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미국 애플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플이 올해 처음으로 아이패드 프로에 OLED 패널을 탑재했는데, 이 제품에 적용된 투스택 탠덤 기술은 한국이 유일하게 생산할 수 있다. 독점 공급에 성공한 것이다. OLED 전환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IT 기기에서 TV 등 새로운 응용처로 확대되며 매출은 다변화할 것이다.
Q. 어느 분야까지 그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와 같은 전통적인 IT 기기에서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와 확장현실(XR) 기기, 투명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로LED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면, 수요 기업 의존 구조를 타파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의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무궁무진한 활약을 할 수 있다.
Q. 마이크로LED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LED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들이 절반 넘게 장악하고 있다. 한국이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면 2세대나 3세대 마이크로LED에서 빠른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국내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으로 LED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 시장을 중국 제품이 다 차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제품을 채울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Q. 마이크로LED 분야에서 경쟁자는 누구인지
대만과 중국이다. 두 나라는 자국 내 디스플레이 기업과 소부장 기업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신기술 개발과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하이센스(세트사)-BOE(디스플레이 기업)-SANAN(소부장) 협업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마이크로LED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으나, 대만‧중국에 대한 LED칩 공급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도 올레도스 양산 투자를 늘려가고, 자국 반도체‧파운드리 기업과 협력체계로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도 최근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며 광범위한 기술 투자가 아니라 마이크로LED와 올레도스 등 특정 아이템을 지원하는 식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Q. 어떻게 해야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마이크로LED를 포함한 iLED(무기발광) 시장에는 민‧관 협력으로 공공수요가 창출돼야 한다. iLED는 마이크로LED와 나노급LED, 퀀텀닷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이 분야는 현재 LED 제조기업 등 공정주체가 다양하고 공정별 기업 역할과 표준공정이 부재한 상황이다. 소부장과 수요기업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iLED 중 마이크로LED는 삼성전자, 서울바이오시스 등 일부 기업에서만 연구개발과 함께 상업화에 노력하고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수요기업과의 협력체계가 확보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소-패널-모듈 공정 중 화소 분야에 진입 중인 약 100여 개 기업 중 절반 정도는 iLED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시장을 관망 중이다. 민‧관 협력으로 공공수요 창출이 이어지면 시장 여건이 마련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생긴다. 국내 공급망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Q. 구체적으로 정부에서 어떤 지원을 해야 할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가 지속적인 수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는 국산화에 관심과 지원을 쏟아야 한다. 경쟁국인 대만과 중국도 지원 대상을 패널 기업에서 소부장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공급망 자립화를 위한 것이다.
Q. 그간 디스플레이 소부장 시장은 어떤 한계가 있었는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가졌어도 폐쇄적인 수직 계열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판로가 제한됐고, 패널 기업의 투자 사이클에 따라 업황이 흔들리다 보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선익시스템의 OLED 증착기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수직계열화에서 교차 공급이라는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증착기 분야를 오랜 기간 독점해온 일본 캐논토키를 제치고 국외 시장을 연 만큼, 제2의, 제3의 사례가 나와야 한다.
Q. 최근 iLED 분야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예타조사가 통과돼 국내 iLED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이 주요한 성과다. 올해 협회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다. 정부가 대규모 iLED 예타 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를 통해 iLED 디스플레이 생태계가 조성되겠지만, 더 나아가 소부장 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전략기술에 ‘iLED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술’도 포함해야 한다.
Q. 이밖에 임기 동안 이뤄낸 성과는
디스플레이 협회 설립 이래 17년 만에 처음으로 회관을 마련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세계 디스플레이 유관 단체 중 세계 유일무이한 회관 마련이다. 누구의 도움 없이 협회 자체 적립금과 대출 등 자력으로 회관을 꾸린 것에 큰 의미가 있다.
Q. 8월 열린 ‘K-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를 평가하자면
자동차와 확장현실(XR) 등 신시장 분야에서 디스플레이 기술과 융합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이 전시회에는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투명 OLED와 AR 기술이 적용된 콘셉트카 ‘엠비전 HI’, LG전자의 캠핑 콘셉트카 ‘본보야지’가 인상 깊었다.
디스플레이는 다른 업종과 융합하며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줄 수 있다. 이제는 K-디스플레이 전시회를 ‘한국판 CES’로 위상을 키워나갈 것이다.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다양한 국가들과 내년 전시화 참가 의사를 묻고 세부 의견을 조율 중이다. 내년에는 더 큰 글로벌 전시회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