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은행들은 저마다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시한 ‘계좌이동제 3종 주거래상품’은 큰 호응을 얻으며 약 5개월 만에 2조원(64만좌)을 돌파했다.
◇보이스피싱보상보험 무료 가입이 주효= 농협은행의 주거래 3종 상품이 단기간에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보이스피싱보상보험 무료가입’ 이벤트가 주효했다. 아울러 각종 특화 서비스가 고객 수요와 맞아떨어졌다.
특히 주거래 조건 충족 시 최대 연 2% 금리우대 혜택과 2만6000여개 자동화 기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무제한 면제, 별도의 소득확인서류 제출 없이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초간편 대출 등 파격적인 혜택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부터 고객군별로 상품을 세분화한 ‘3종 주거래패키지상품’을 차례로 출시했다.
5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NH성공파트너 패키지’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7월 연금수령 고객을 위한 ‘NH All100플랜 패키지’ 를 내놨다. 9월에는 급여이체 등에 유리한 범용상품 ‘NH주거래우대 패키지’가 인기를 얻었다.
이 중 ‘NH주거래우대 패키지’는 출시 두 달 만에 32만좌, 9000억원을 돌파한 후 단숨에 1조원을 달성했다.
금융소비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자 농협은행은 당초 11월말까지 진행예정이던 보이스피싱보상보험 무료가입 이벤트를 내년 2월말까지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약점을 강점으로= 지난해 농협은행은 대포통장이 가장 많은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현재는 대포통장이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농협 내부에선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보이스피싱보상보험 무료 가입 혜택도 이런 맥락에서 고안됐다.
농협은행 이태헌 상품개발부 수신상품팀장은 “과거의 약점이나 오명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때에 마케팅 부서에서 손해보험 상품 중 보이스피싱보험이 있는 상품을 장착하자고 제안해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거래 3종 상품의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낸 사람은 같은 팀 김동진 과장이었다. 이 팀장은 “김 과장의 제안으로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의 사용 서비스나 원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상품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고객 아이디어도 도움이 됐다. 농협은행은 일반 고객을 자문위원으로 선정해 두 달에 한 번 농협의 문제점과 강점, 타행 정보공유 등을 진행한다.
이 팀장은 “고객행복센터(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접수한 상품 개선 요청과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들을 정리해 공유한 게 상품 개발에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8개 유관부서가 협력해 만든 결과= 이 팀장은 “농협은행 상품 중 2조원 돌파 시기가 가장 짧았다”며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는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다양한 부서의 협업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고객부(마케팅), 종합기획부(수익관리)에서 고객에게 주는 혜택의 적정선을 찾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는 스마트금융부에서 맡는 등 8개 부서의 아이디어를 종합해 출시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 혜택이 늘어날수록 은행 수익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떨어지면, 이는 스마트금융부의 실적 감소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부서의 이익을 조율하는 게 상품개발의 가장 힘든 업무 중 하나다.
이 팀장은 “처음에는 수수료 면제 혜택을 놓고 스마트금융부에서 반대를 했다”면서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내부적인 합의를 해줬기 때문에 처음 구상한 조건 그대로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2만6000여개 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 지점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 면제 혜택은 지역조합의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현재 농협은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의 전산분리가 진행 중이며 상호 거래 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협력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