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1996년 라이프지에 실렸던 열 두 살 파키스탄 소년의 사진이다. 이 소년은 작은 손으로 축구공을 꿰매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해서 소년이 받는 돈은 시간 당 6센트.
라이프지의 보도가 나간 이후 나이키는 전 세계적인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이를 계기로 나이키는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을 배제하는 것은 물론 전사적인 차원의 인권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이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 곳곳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상징으로 언급되고 있다.
1972년 6월 베트남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은 전 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알렸다. 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가 찍은 사진에선 벌거벗은 소녀가 네이팜탄을 피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네이팜탄의 화염은 섭씨 3천도에 이르렀고, 사진 속의 소녀는 17번에 걸친 피부이식수술을 통해 목숨을 구했다. 이 사진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며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단 한 컷의 사진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많다. 앞으로는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통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고 불리는 다양한 툴들을 기반으로 세상은 이야기와 이미지를 통해 연결되고 있다.
대한민국CSR필름페스티벌 대회위원회(대회위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준비하고 있는 2015 대한민국CSR필름페스티벌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개인, 비영리조직(NPO), 사회적경제조직, 기업이 벌이고 있는 공익적인 활동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더 많은 이들 사이에서 토론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는 또 한 장의 사진을 마주하고 있다. 시리아 출신 3살 꼬마 쿠르디의 시신이 지난 2일 터키 해변에 밀려왔다. 그 동안 전 세계의 비정부기구들이 인류애적 관점에서의 난민 보호를 촉구해왔다. 쿠르디의 사진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부터 비영리조직 활동가들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는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들을 위해 인류가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보고 즉각 행동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활동가들 속에서만 맴돌았다. 쿠르디의 사진이 없었다면, 여전히 이 상태가 반복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세상을 바꾸는 것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다. 이 사진이 촉발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인류애, 그리고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