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무기력… 간 때문만은 아니죠”

입력 2012-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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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만성피로 극복하는 법

# 직장인 조재헌씨(38)는 늘 피로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주말만 되면 하루 10시간 이상 밀린 잠을 보충하지만, 월요일이 돼도 풀리지 않은 피로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기억력과 업무집중력이 떨어지다보니, 자주 불안하고 초초하기만 하다. 피로감을 떨쳐내기 위해 비타민제나 간장약도 열심히 복용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병원을 찾은 조씨는 검사 결과 만성피로라는 진단을 받았다.

◇ “피로가 간 때문이라고?”…스트레스도 큰 원인 = 피로는 각박하게 사는 현대인에겐 ‘숙명’과도 같은 존재다. 부족한 수면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흔하게 피로를 호소한다. 이러한 피로감은 한 숨 푹 자면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오랜 기간 피로를 느낀다면 병에 걸렸다는 신호다.

만성피로는 약 6개월 이상 지속적이고 설명되지 않는 피로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누구나 흔한 증상이자 질병이기도 하다. 1차 진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의 15~30%에서 다른 증상과 함께 반복되는 피로감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한다.

원인은 다양하다. 흔히 생각하기 쉬운 과로나 수면부족 이외에도, 잘못된 생활습관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지목되는 만성피로의 원인이다. 불규칙한 식사이나 운동부족, 잦은 음주나 흡연, 카페인 음료 섭취 둥 나쁜 습관이 지속되다보면 생활리듬이 깨져 피로가 쌓이게 마련이다.

또 만성피로의 30% 정도는 결핵, 간염, 당뇨병, 갑상선질환, 폐질환, 빈혈, 암, 심장병, 류머티스질환 등 각종 질환의 신호로 볼 수 있다.‘피로는 간때문이야’라는 CF송처럼 흔히 알려진 대로 간 질환이 있으면 만성피로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단 피로를 느낀다고 모두 간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인 긴장이나 스트레스도 무시 못한다. 검사상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운 만성피로 질환은 대부분 과도한 스트레스, 우울 및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 심리적인 원인이 대부분이다

김진성 경희의료원 한방내과 만성피로클리닉 교수는 “만성피로 환자들중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과중한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으며, 요즘같은 방학 때면 학업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감을 치료하기 위해 부모님의 손을 잡고 클리닉을 찾는 중고등학생들도 부쩍 늘어난다”고 말했다.

▲경희의료원 한방내과 만성피로클리닉에서 만성피로 진단을 위해 한방기능검사(양도락, 맥전도)와 스트레스검사(자율신경검사)를 하고 있다.
◇기력 보하는 약물·기공치료…휴식·운동 생활화도 필수 = 만성피로의 자각 증상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육체적인 피로 때문이라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며, 기운이 없고 목이 뻐근하거나 팔다리가 결리기도 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엔 집중이 안되고 우울하고 불안하며, 신경질이 나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한다. 신경계통의 기능이 쇠약해져 있다면 머리가 무겁거나 아프고 귀에서 멍한 느낌을 받기도 하며 눈주위가 가볍게 떨리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만성피로는 이같은 증상도 문제지만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졸음이 자주 발생하고 의욕이 없어져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또 호르몬 불균형과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남가은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유없이 피로가 한 달 이상만 지속되더라도 각종 질환의 전조증상이나 정신적 원인 등에 의한 증상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확실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며 “각각의 원인 질환에 따라 휴식과 일상생활의 개선, 수면 장애 치료, 운동 요법, 약물 요법, 행동 요법 등을 적용해 완치 또는 상당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는 만성피로를 몸의 기운이 고갈되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약해져 몸이 쇠약해진 것으로 본다. 때문에 치료는 근본적으로 면역력과 체력을 키워 질병이 접근하지 못하게 기혈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둔다.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약물·침·뜸·기공(氣功)치료 등을 시행한다. 단순한 신체적 피로로 기력이 쇠해졌을 때는 비장과 신장의 원기를 보강해준다.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정서적으로 기운이 떨어지는 기울증(氣鬱症) 상태인 경우에는 울결된 기운을 해소시켜주는 약물치료와 심신의 안정을 위한 기공교육을 병행한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만성피로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생활패턴을 고쳐야 한다. 흡연이나 잦은 음주는 피하고 가벼운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생활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진성 교수는 “잦은 음주나 흡연, 소화력이 떨어지는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위주의 식사는 피하고 잠자기 한시간 전에 카페인이 든 음료나 과격한 운동을 자제해야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Tip. 나도 만성피로인가요?

□ 기억력 혹은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에 방해된다

□ 목이 잘 아프다

□ 목이나 옆구리의 림프선이 붓고 아프다

□ 근육이 결리고 아프다

□ 관절들이 여기저기 잘 아프다

□ 두통으로 고생한다

□ 자고 일어나도 상쾌한 느낌이 없다

□ 운동 후에 심한 권태감이 느껴진다

※ 위 증상들 중 4개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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