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가맹점 수수료 4차례 인하
신용카드노조 "수수료 인하 사실상 불가능…내릴 시 총파업 불사"
내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 근거가 되는 적격비용 재산정이 다음 달 예정된 가운데 카드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본업인 ‘결제업’을 대체할 만한 신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고 카드업계 노조는 수수료가 또다시 인하되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학계에서도 적격비용 제도가 본업을 위축시킨다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을 통해 적격비용 산출 용역을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회계법인의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격비용 재산정을 시행해 다음 달 중으로 내년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 원가 분석 등을 바탕으로 우대 가맹점 수수료를 3년 주기로 조정하는 제도다. 2012년 도입 이후 3년마다 4번의 개편과정에서 매번 인하됐으며, 2012년 2.3~3.6% 수준이던 가맹점 수수료는 2021년 수수료율 인하 후 영세 가맹점 0.5%, 소규모 가맹점은 1.1~1.5% 수준으로 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산정에서도 카드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율 인하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8월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신용카드의 고비용 구조로 이해관계자 간 비용분담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는 문제 제기가 있다”며 “고비용 구조 개선을 통한 이해관계자 비용 부담 절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계속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본업 매출인 수수료 관련 수익 비중은 감소 추세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신용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의 총 수익 대비 가맹점수수료 비중은 2018년 39.14%에서 지난해 30.24%로 내려앉았다.
본업인 결제업에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에 이르렀다는 게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또다시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노조가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일반 매출 적자 폭을 늘리는 것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또 수수료율을 내린다고 하면 총파업을 넘어서는 강한 투쟁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구조 변경에 학계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위험 카드대출이 늘어나면서 부실채권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신용카드학회가 개최한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 콘퍼런스에서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면서 카드론 수익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수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 부가혜택 감소와 모집비용 절감 등 인력 구조조정도 적격비용 제도에 따른 것”이라며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론 증가는 대환대출 확대로 이어지는 등 위험자산 증가의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드업권에서는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라도 늘려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제도개선 TF 초기에는 5년으로 주기를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었는데, 최근 TF 결과 발표에서 이 내용이 빠졌다”며 “3년 주기가 법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것만큼 금융위원회가 주기 연장을 발표만 해주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