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광풍’ 맞은 은행권…5대 은행서 요구불예금 11조 빠져나갔다

입력 2024-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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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11-21 17:3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5대 은행 요구불예금 586.4조
지난달 말보다 1.9% 줄어들어
고위험 고수익 머니무브 뚜렷
"변동성 고려해 신중히 투자"

이달 은행에서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요구불예금이 보름 만에 11조 원가량 이탈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시장이 ‘불장’을 누리면서 개인들이 투자처를 옮기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주식·가상화폐 열풍이 지속할 경우 ‘머니무브’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전일 기준 586조3618억 원으로, 지난달 말(597조7543억 원)대비 11조3925억 원(-1.9%) 빠졌다. 영업일 기준으로 15일 만에 10조 원이 넘는 예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금으로, 은행에 묶여 있다가 투자처가 생기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조달한 자금이라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면 금융회사들이 대출로 받은 이자에서 예금에 지불한 이자를 뺀 예대마진이 확대돼 수익성이 개선된다. 반대로 줄어들면 조달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 가능성이 커진다.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빠진 10조 원 규모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서 그가 공언한 감세 등 경기부양책과 친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다음 날인 이달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19일 기준으로는 1035억5390만 달러로, 8영업일 만에 2.1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 시장으로도 자금이 이동했다. 트럼프가 유세 기간부터 대통령 산하 비트코인 자문위원회 설치, 비트코인 자본이득세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약속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점을 다시 찍고 있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시간 21일 오후 1시 57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5.81% 오른 9만76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자산으로의 머니무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더해 자국 우선주의와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이 빠르게 실현됨에 따라 주식·가상자산 시장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한재 신한은행 신한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은 “최근 트럼프의 주요 고위직 인사를 고려했을 때 정책을 급진적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비트코인이 미국의 ‘전략적 국가 비축 자산’이 될 움직임이 있는 만큼 특히 가상자산 시장 투자에 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게 투자를 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지점장은 “트럼프 2.0 시대가 시작되기 전 불꽃이 가장 셀 것”이라며 “단기적 관심에서 미국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머니무브는) 최근 국내 주식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미국주식, 비트코인 시장의 상승세를 따라가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고, 코인의 변동성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은행권이 당면한 과제로 요구불예금 등 금리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가 꼽힌다. 금리인하기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수신금리가 대출금리에 후행하는 여·수신 금리 구조의 특성상, 기준금리가 낮아지는 동안 예대금리차가 줄어들면서 은행권 수익성 저하가 중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영업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채권으로 조달이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자금조달에 대한 니즈가 크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 이후 유동성 유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뚜렷하기에 관련 지표를 모니터링·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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