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 후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겪은 가운데 급락장 속에서도 건설 업종은 강세를 보여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건설 업종에 투자할 때 건설 산업보다 개별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을 조언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당선 후 전일까지 약 2주간 국내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블랙 먼데이’가 재현되면서 급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 3.6%, 코스닥 9.16% 하락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지수는 물론 중국, 일본 등 같은 아시아 증시에 비해서도 유독 두드러지는 하락 폭이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피시장 2480개 상장사 가운데 수익률 상위 1·3·5위는 모두 건설 업종이 차지했다. 코스피 상장사 범양건영(139.00%)는 트럼프 당선 후 139.90% 상승했다. 1위다. 삼부토건(92.53%)이 3위를 기록했고, 에스와이스틸텍(75.96%)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에너지주에서는 지엔씨에너지가 74.07%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6위를 기록했다.
건설주는 트럼프 당선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업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다. 전후 재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건설 수주의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에너지 정책이 재생에너지에서 석유, 가스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주도 크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건설업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간 금리인상을 거치면서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의 중심에 있었던 건설 업종이 추세적으로 반등이 나오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내년 초중반부터 원가율의 의미있는 개선이 나타나면 업종 전반이 호조를 보이기 전까지는 개별 대형 기업 위주로 움직인다고 봤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점도 건설주 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히며 '금리인하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미국 경제 지표 둔화세가 주춤하고, 하락하던 미국 물가는 최근 소폭 반등 중이다. 건설업종에 고금리는 원자재 및 공사비 상승, 분양 악화 등을 불러오는 악재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 업종이 모멘텀(동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택사업 원가율 개선이 먼저 직관적으로 해소된 이후, 소형모듈원전(SMR), 해외 원전, 해외 재건 사업 기대감, PF 관련 불확실성 등이 해결되어야 한다"며 "업종보다 실적 바닥을 빠져나갈 건설 기업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DL이앤씨 순으로 추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