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 전까지는 ‘요지부동’…삼성전자 밸류업 곱게 볼 수만은 없는 이유

입력 2024-11-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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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투데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이투데이)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주도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작된 지 약 1년여 만이다. 꿈쩍도 안 하던 삼성전자를 움직이게 한 건 ‘사만전자’였다. 주가가 7년 전으로 되돌아가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더이상 외면할 수만은 없던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 시총 1위 기업의 밸류업 치고는 상당히 궁색한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5.98% 오른 5만67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1년간 10조 원 규모의 자기주식(자사주) 매입 대책을 발표했다. 시가총액 대비 2.8%로 주가부양을 위해 내린 과감한 결단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1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소각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주가가 4만9900원까지 추락하면서 최근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상황을 감안해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밸류업 공시 계획은 여타 10대 그룹주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들어 정부 주도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도 삼성전자는 일관되게 침묵을 유지해왔다. 거래소는 지난 8월 밸류업 성공을 위해 국내 10대 그룹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들의 선도적인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 위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을 팔아 모든 부채를 갚고도 주주들에게 환원할 자산이 많은 대기업들은 중소형 상장사에 비해 투자나 배당 여력이 크다. 이에 현대자동차, 롯데, LG그룹 등이 올 들어 밸류업 공시를 발표해왔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높은 콧대를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밸류업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부진한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본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올해 3분기 4조 원도 못 되는 영업이익을 냈다. D램 반도체 가격 하락, 재고평가손실 확대 등의 영향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밸류업은 여전히 현대차, 포스코 등 그룹사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평가다. 앞서 현대차는 주주환원 정책에 배당성향을 25% 이상 높이고 총주주환원율(TSR) 개념을 시행했다. 향후 4년간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35% 달성, 최소 배당금도 도입해 주주환원책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밸류업 계획은 1년짜리 단기 계획에 불과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0조 원이라는 자사주 매입 결정은 단기 주가 반등만 가능하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배당을 포함한 중장기적 약속이 이뤄져야 한다”며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의식한 쪽에 가깝다”라고 짚었다.

한편 삼성전자가 움직이자 이날 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주들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삼성생명은 11% 넘게 올라 10만8800원으로 마감했으며, 삼성화재(10.48%), 삼성SDI(6.49%), 삼성에스디에스(6.23%), 삼성물산(5.7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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