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외평채, 연내 발행 무산 위기…외평기금 원화자산 확보 부담↑

입력 2024-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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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대하던 이자비용 절감 효과 사라져
'대(對)고객 외국환중개업' 도입도 미뤄질 듯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가 원화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21년 만에 추진한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올해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전자등록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 30조 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최대 6조 원의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동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올해 총 18조 원 규모로 계획된 원화 외평채 발행도 미뤄지면서 외평기금 원화 자산 확보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있다. 개정안은 원화 외평채 전자등록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화 외평채도 국고채와 재정증권처럼 국채의 발행·등록 절차를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기재위 소위의 법안 심사 이후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국회 절차를 모두 통과하려면 빠르면 12월 중순은 돼야 입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만 마무리되면 12월 하순에라도 일부 발행 절차에 들어갈 수 있으나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입법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2003년까지 원화 표시 외평채를 발행했으나 국고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고채와 통합했다. 이에 따라 외평기금은 외화 매입에 필요한 원화를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부터 빌려왔다. 그 결과 외평기금이 직접 단기 원화 외평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것보다 더 큰 비용이 들었다.

정부가 원화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는 건 공자기금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시장에서 원화를 조달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18조 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 발행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올해 원화 외평채 발행이 무산돼 그만큼의 원화 자산도 감소하게 됐다.

원화 외평채 발행이 무산되면 정부가 기대하던 이자 비용 절감 효과도 사라진다. 주로 10년물 국고채로 조달한 공자기금에서 고금리 차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단기물 위주로 발행되는 원화 외평채 비용이 저렴하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담긴 '대고객 외국환중개업'(애그리게이터·Aggregator) 도입도 미뤄지게 됐다. 현재는 금융기관 간 외환거래에만 중개업이 이뤄진다. 그러나 외환시장 선진화 시스템으로 불리는 대고객 외국환중개업을 도입하면 기업·개인 고객과 금융기관의 거래도 중개할 수 있다. 환전이 필요한 고객들은 중개회사 플랫폼에서 각 금융기관이 제시한 환율 호가를 보고 가장 유리한 가격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도매 거래를 소매 거래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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