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트럼프 승리가 기업에 주는 교훈

입력 2024-11-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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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ㆍ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승패 근본적 요인 ‘이민·경제정책’
反트랜스젠더 광고 무반응도 한몫
기업, 성장하려면 변화 받아들여야

지난 몇 달 간 전 세계가 주목했던 미국 대선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당한 격차로 승리했다. 그의 법적 문제와 여러 논란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승리는 상당히 놀라운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승패를 가른 요인은 이민정책과 경제정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비해 불법이민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도시 노동자들의 실업과 임금 저하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한편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주요 지표는 긍정적이었으나, 물가와 금리의 급등으로 서민들의 불안이 고조되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했으나, 이러한 노력은 서민들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기에 충분치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선거 승패에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것은 분명하나, 이에 더해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이 국민들의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중요한 패배원인으로 보인다. 여러 사람들이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꼽고 있는 NBC ‘더 뷰’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4년간 대통령이었다면 바이든과 다르게 할 것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결정에 참여했으므로 다르게 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많은 유권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할 수 없었던 답이다.

뉴욕타임즈는 대선 결과를 가른 원인 중 하나로 선거 막판 전개된 반 트랜스젠더 광고와 이에 대한 대응을 들고 있는데, 해리스 부통령과 미국 민주당의 현실 인식 결여는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2019년 교도소 수감자들의 성전환수술 접근권을 언급한 인터뷰 부분을 발췌하여 “해리스는 그들을 위하지만 트럼프는 당신을 위한다”는 광고를 전개했다. 인기 팟캐스터 샤말레인 더 갓은 트럼프 캠페인 광고를 보고 ‘나도 그런데 세금이 쓰이는 것을 원치 않아’라고 반응했는데, 트럼프 캠프는 해당 부분을 캡쳐하여 후속 광고를 내보냈다. 그는 트럼프 캠페인 광고가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내용일 뿐 자신의 의도를 왜곡했다며 법적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광고의 반향은 상당하였다.

문제는 광고 시청 후 트럼프 지지율이 2.7% 상승하였다는 캠프 내 분석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 광고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과 함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하자는 뜻을 전달했지만, 관계자들은 광고 효과는 미미하다고 평가하고 이를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는 이 광고가 해리스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힘을 실었으며,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들, 그리고 트랜스젠더의 여자스포츠 참여를 우려하는 온건한 백인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선 이후 과거 트랜스젠더 권리를 지지했던 두 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은 대선 중 민주당이 이 이슈를 다루기 꺼려했던 것에 불만을 표명하며 스포츠에서 생물학적 성별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광고의 내용에 대해서는 악의적이라는 평가가 더 많았기에 영향이 제한적으로 판단했으나, 그와 별개로 부모나 여성스포츠 선수의 입장에서 가질 수 있는 불안은 읽지 못한 것이다.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성공한 기업이 지속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대표적인 이유로 클레이튼 크리스텐센의 “혁신가의 딜레마”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등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발견된 진리이기도 하다.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도모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지표에만 주목하면서 문제없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다. 소위 정신승리의 대가는 실전의 패배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기존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고객의 요구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그들 가까이에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여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대선은 현실을 직시하고 국민들의 우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우리 나라 기업들, 특히 세계 최고의 위치에 가까워진 기업일수록 부정적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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