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20. 미술시장 신세계 열 ‘토큰증권 법제화’

입력 2024-10-3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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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조각투자 활성화’ 시장확대 기대
판매·소장 쉽고 저작권도 보호돼

IT와 결합한 미디어아트 각광받아
케이옥션 등 신규사업 발빠른 진출
현대미술 주요 장르로 도약 예상돼

5월 법안 폐기로 멈춰섰던 토큰증권(STO) 법제화 작업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추진된다는 소식으로 미술품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의미한다.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증권을 소액 발행하는 경우 효율성이 높고 편리함을 갖춘 덕분에 발행, 유통 수요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수단이다. 향후 문화예술시장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증권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어 관련 산업 확대에 기여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업계에서는 케이옥션이 자회사를 통해서 STO 사업에 발을 먼저 내밀었다. 케이옥션은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인 ‘아트투게더’에 투자를 단행했고, ‘라인넥스트’와 함께 대체불가토근인 NFT(Non Fungible Token) 기반 미술품 유통 생태계 구축 등 신규 사업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블록체인 활용해 작품복제 차단

서울옥션 역시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통해서 STO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KB증권과 하나증권 그리고 전북은행과 함께 STO 공동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에이스토리는 자회사를 통해서 두나무와 NFT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해 NFT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예술분야에서 STO를 논할 때 NFT아트는 단골 주요 항목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한 NFT 등장으로 미디어아트 역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제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이 장르의 토큰증권화가 용이하여 미술시장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STO분야의 미술산업 선두주자인 NFT아트는 무엇일까? NFT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한다. NFT는 각각의 디지털 자산이 고유한 인식 값을 갖고 있어 대체 불가능한데, 이는 예술품과 유사한 특성이다. 가로 50cm, 세로 50cm의 같은 회화 작품이 2점 있을 때 그 안에 그려진 작품의 내용은 서로 다르고, 각각 다른 작품 가격이 매겨진다. NFT에 입력된 값은 바로 이 내용과도 같다. 반 고흐가 그린 그림과 일반인이 그린 그림의 크기가 같아도 작품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NFT는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미술품을 비롯한 게임, 음악, 스포츠,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소액증권으로 STO화하기에도 용이한 것이다.

NFT가 부여하는 희소성이 미술 장르 중에서도 정보기술(IT)과 결합한 미디어아트에 적용될 경우, 복제를 막고 원본이 하나 있는 미술 작품으로써 그 가치를 높여준다. 미술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예술품들의 특징은 대개 원작 한 점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술품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이다. 2021년 기준으로 ‘모나리자’의 순가치는 우리 돈으로 약 1조340억 원이 넘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 지구상에 유일한 단 한 점이기 때문이다. 만일 모나리자가 한 점이 아니라 여러 점이었다면? 그 개수만큼 가치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판화, 사진, 조각 같은 작품은 에디션이 존재한다. 여러 번 인화할 수 있는 판화나 사진 같은 경우 작가가 한정판 수량으로 제한하고 희소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5개, 10개, 20개 등으로 제작 개수를 제한한다.

▲비플(오른쪽 얼굴)의 NFT 아트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6900만 달러에 팔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AFP
▲비플(오른쪽 얼굴)의 NFT 아트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6900만 달러에 팔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AFP
증권발행 통해 미술품 유통 혁신

조각에도 에디션이 있다. 가장 유명한 조각의 하나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무려 30~40점의 에디션이 있다. 이 작품은 로댕의 살아생전과 사후에 제작한 것, 석고와 청동 등으로 재질이 다른 것, 크기를 달리한 것, 제작 연도가 다른 것 등 다양한 에디션이 있다.

미디어아트 또한 여러 점의 복제가 가능하기에 한 점이 아니라 에디션을 두면서 제작한다. 이때 미디어아트가 NFT화할 경우, 희소성을 갖게 되고 복제로부터 저작권을 안전히 지킬 수 있게 된다. 미디어아트의 한 종류인 컴퓨터 아트가 등장하면서, 예술 작품의 ‘비물질화’가 도입되었다. 예술 작품이 실물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낡은 관념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미디어아트는 불법 복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컴퓨터 파일로 존재하는 만큼 손쉽게 복제되기에 저작권 지키기에 취약했었는데, NFT의 등장으로 미디어아트는 하나의 원본처럼 판매와 구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디지털시대의 총아 ‘미디어 아트’

“NFT로 발행된 미디어아트가 물질적인 실체가 없는데 왜 수억 원, 수십억 원이나 하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김선우 작가의 ‘도도새’ 작품 가격은 1억 원, 장콸 작가의 ‘미라지 캣3’ 작품 가격은 2억5000만 원, 일론 머스크의 아내인 그라임스의 작품 가격은 무려 65억 원에 팔렸다. NFT로 발행되면서 복제를 막고 희소성을 인정받았기에 판매가 이루어진 것이다. STO가 법적으로 공식화된다면 이제 미술품은 NFT를 통해서 소액투자가 당연시되고, 증권발행을 통해 매매유통 관리가 용이해지는 순간이 곧 도래할 것이다.

팬데믹 이후에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에 있어 미디어 아트는 이를 가장 잘 담아내는 예술이기도 하다. 이런 시대 상황과 맞았기에 미술의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다만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인 NFT나 STO가 등장하기 전까지 미디어 아트는 판매나 소장 등에 있어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만든 이가 자기 저작물에 대해 가지는 배타적 법적 권리이다.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면, 창작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창작자의 권리와 생태계를 파괴해 결국 창작물이 줄어들게 되고 질도 낮아지게 된다. 작품을 팔아 생존하는 예술가의 삶도 위협받는다. ‘가난한 예술가가 진정한 예술을 한다’라는 말은 폐기되어야 하는 낡은 용어다.

미디어아트는 저작권에 대해 달라진 분위기와 NFT 및 STO의 등장으로 판매와 소장이 더 용이해지고, 저작권보호 날개까지 달고 앞으로 현대미술의 주요한 장르로서 확고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디지털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젊은 미디어아티스트들이 NFT와 STO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널리 세계에 ‘K아트’를 알리길 기대해 본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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