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매년 전국 5000여 개 사업체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실태를 조사해 발표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높게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으로 발생한 업무 공백의 처리방식으로는 ‘남은 인력끼리 나눠서 해결’, ‘계약직 대체인력 추가 고용’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는 대체인력 지원금이 확대되었지만 적절한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운 좋게 단기간 계약직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적응과 훈련이 필요하므로 동료나 관리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회사는 법이 정한 육아휴직을 보장했고, 휴직자는 자기의 정당한 권리를 누렸을 뿐인데 가해자 없이 피해자가 발생한다.
장기적인 관계가 일반적이었던 사회에서 기능했던 품앗이가 지금 우리 일터에서 가능할까? ‘품앗이’는 일손이라는 뜻의 ‘품’과 주고받는다는 ‘앗이’가 결합된 말로 혼자 감당하기 어렵고 고단한 일을 서로 나누는 사람살이 지혜였다. 계약이 아니라 오늘 나의 베풂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위에 성립한다. 오늘날 우리 일터는 단기간 고용과 높은 이직률로 인간관계의 지속성이 낮고 개인 책임, 업무 전문성을 중시하므로 명확한 업무분장이 중요하다. 다른 이의 노동력을 구하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 즉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업무를 대가 없이 떠맡게 되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최근 일본에서 육아휴직자 동료에게 지급하는 ‘응원수당’이 확산되고 있다는 뉴스가 화제였다. 한국 정부도 금년 7월부터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 지원금(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로자의 업무 분담자에게 금전 지원을 한 중소기업에 월 20만 원까지 지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원 수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고무적인 시작이다. 벌써 정책효과 평가결과가 궁금하다.
이소라 노무법인 정상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