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탄소제로의 길, ‘포용성’ 높여야 할 때

입력 2024-10-2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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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

지난달에 글로벌 에너지 수도라고 불리는 미국 휴스턴에 다녀왔다. 가스텍(Gastech) 행사는 가스산업 전시에 못지않게 에너지 전환과 기후관련기술(climatetech) 논의가 활발하였다. 탄소 중립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적인 흐름을 한 자리에서 확인하는 기회였다.

그런데 가스텍 토론장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거론조차 안 되는 어젠다가 논의의 중심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기후위기와 이를 극복하려는 에너지 전환 그리고 탄소중립목표 등이 우리가 거의 당연시하는 에너지 분야의 유일한 화두인 줄 알았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수소사회 등 우리가 탈탄소 내지 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으면 현재의 추석 열대야나 하와이 산불 현상을 극복하거나 앞으로의 AI(인공지능) 시대·데이터 경제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생각 말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 우리나라에서 매진하는 에너지전환의 정책적 노력은 지구적인 기후위기 현상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그 비중이 작은 게 현실이다. 한반도가 청정에너지로, 깨끗한 전력화로 탈바꿈하더라도 이웃 중국의 석탄 발전소가 쉼없이 돌아간다면 한반도는 기후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개별국가 차원서 해결해서는 한계

가스텍에서 이런 논의를 나이지리아 에너지 장관이 ‘에너지 포용성(inclusiveness)’으로 설명하였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은 아프리카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가 함께 살고있는 지구촌 이슈라기보다 지구와 무관하고 동떨어진 달나라·별나라 이야기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탄소중립 내지 에너지전환을 위해 더 이상 쓰면 안 된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석탄과 목탄으로 주방 요리를 하는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천연가스는 건강하고 깨끗한 에너지원(cooking gas)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전 지구적인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G7 국가의 석탄발전소 폐쇄 계획처럼 줄여나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진국만큼이나 지구촌에 함께 사는 개발도상국도 AI 시대와 데이터 경제에 발맞추어 에너지동력원으로 전력화(electrification)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로벌시대에 개도국·선진국 구분 없이 에너지원으로서 매력적인 전력을 기후위기와는 별개로 삶의 질을 제고하려는 국민후생과 복지차원에서도 봐야 한다는 주장이 와닿았다.

결국 지구적 이슈인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만 가지고 해결하려는 기존의 기후위기 접근법이나 선진국 발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이 되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안고 있는 에너지 접근성(access) 또는 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구적 기후 이슈를 개별국가나 국가그룹 차원에서 해결하려 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처럼 여겨진다.

전 세계가 지금도 계속 자국의 산업화와 AI시대 및 데이터경제에 필요한 전기를 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존해서 확보하는 실정이다. 석탄 발전이 수소·암모니아와 연계되거나 CCS(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장착하지 않으면 지구적 탄소중립 내지 에너지전환은 요원하다고 하겠다. 더 현실적으로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수준을 낮추려면 당장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바꾸고 이를 수소혼소발전으로 변모시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전력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에너지 시대에 살고 있다. 에너지 전환 내지 탄소중립을 전 지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접근성과 포용적 에너지 이슈에 우리가 좀 더 정교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탄소중립만으로는 추석열대야현상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G7 선진국 그룹의 석탄발전 폐쇄가 앞으로 우려되는 하와이 산불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LNG시스템 확산…에너지 접근성 강화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전환은 우선 에너지에 대한 포용성을 전제로 저탄소화 내지 에너지 기술 협력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전 지구적 에너지전환은 대다수 개발도상국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에너지 포용성과 접근성에 대한 현실적인 에너지 수요에 부응하면서 보다 긴 호흡으로 탄소저감 노력과 에너지 효율 등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확보를 착실하게 밟아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개도국과 선진국이 상호의존적으로 에너지전환 내지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창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 지구적인 에너지 어젠다에 우리 에너지 비즈니스의 글로벌 진출 기회가 있다고 보겠다. 에너지 접근성과 관련한 LNG시스템을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한 CCS 기술을 장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 세계에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장주기(long-term)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을 탑재한 에너지 서비스를 전 세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지향하고 있는 AI 시대·데이터 경제에 부응한 신재생·수소 등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우리가 도모할 수 있는 에너지 기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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