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19. 도시활성화 정책 모델 ‘佛 아름다운 마을’

입력 2024-10-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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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아트 대표이사ㆍ백남준포럼 대표

문화유산·관광 결합 마을경제 살려
농촌이탈 막는 효과까지 ‘일거양득’

장소·역사·삶에 스토리 입혀 선정
주민과 긴밀한 협력으로 자원확보
문화재 보호하고 주민생활도 개선

유럽의 지방 도시들은 주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유산과 관광을 결합하여 도시재생을 이끌고 있다. 마을 고유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시대에 맞는 도시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역 주민 수입 저조, 낙후된 지역 환경, 사회적 갈등이 존재하는 대상지를 위주로 도시 재생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2003년에 설립한 국가도시재개발청(ANRU: Agence Nationale pour la Renovation Urbaine) 산하의 프로그램 운영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이 기관은 도시 및 도시재개발을 위하여 사회적 경제적 도시적 어려움이 있는 수백 개의 지역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정책기관이다. 지역 재생에 필요한 전략과 자원을 모으기 위해 국가 및 지역 이해 관계자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지역 공무원의 정치적 지원을 기반으로 지역 이해관계자(공동체, 사회 지주, 해당 지역의 정부 서비스, 주민 등)와 협력하여 해당 지역의 필요에 맞게 방법과 접근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르드 위치(아래쪽 하단의 동그라미 부분). 출처: 구글맵(google. fr)
▲고르드 위치(아래쪽 하단의 동그라미 부분). 출처: 구글맵(google. fr)
도시재개발청이 주도적 역할

해당 기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주택 및 공공시설(학교, 공원, 미디어 도서관 등) 확충 서비스에 집중하는 새로운 국가 도시 재개발 프로그램(NPNRU)과 오래되고 낙후된 지역의 재활성화를 위한 국가 프로그램(PNRQAD), 그리고 미래 투자 프로그램이 있다. 국가도시재개발청의 국가 프로그램 중 도시 및 경관 유산 보호 구역이나 건축 및 유산 강화 지역을 선별하여 도시 및 건축적 황폐화에 맞서 지역사회의 유산 잠재력을 강화시키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 국가도시재개발청에서는 도시 및 경제 기능 다양화를 위하여 지역 문화 유지와 경제적 수입창출 두 축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시골 마을의 경우 고성, 성곽, 수도원, 왕실의 가옥 등을 관광자원화하여 마을의 매력도를 높여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프랑스의 지방 도시 관광 정책의 주요 요소로는 ‘가장 아름다운 마을(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 정책을 주목할 만하다. 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도시들을 대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관광 정책은 마을의 뛰어난 유산을 보호하고 농촌 이탈을 막기 위해 1982년 탄생했다.

지방의 소도시 마을들이 미래에 발맞춰 나아가면서 발전이 없는 오래된 마을이나, 특색 없이 놀이공원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현재 14개 지역(region), 70개 지역구(departement)에 위치한 176개 마을이 프랑스 관광청과 협회의 공식 승인을 받아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라벨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마을 주민이 2000명 이하여야 하며, 보호가치가 있는 뛰어난 유산이나 역사적 기념물을 마을 내에 최소 2개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마을 의회의 공식 승인을 받아 시장이 직접 가입해야 한다. 이 외에도 27가지 까다로운 조건에 부합한 마을에만 이 라벨이 주어진다.

신청 마을들이 라벨을 받을 확률이 20%에 불과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진다. 2010년 이후부터는 6년마다 소속된 마을의 상태를 재점검한다. 한 번 선정되었다고 자격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협회가 판단하면 바로 제명된다. 그만큼 라벨을 받은 마을은 환경 친화적인 관광을 추구하고 역사 유적들을 정성껏 보존·관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고르드 마을의 세낭크 수도원 전경. 명상을 위한 평화의 안식처이자 생태관광지로 꼽힌다. 출처: 고르드 마을 공식홈페이지 https://www.gordes-village.com/patrimoine,musee,l-abbaye-de-senanque,104.html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고르드 마을의 세낭크 수도원 전경. 명상을 위한 평화의 안식처이자 생태관광지로 꼽힌다. 출처: 고르드 마을 공식홈페이지 https://www.gordes-village.com/patrimoine,musee,l-abbaye-de-senanque,104.html
세계적 명소가 된 고르드 마을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마을들은 관광객의 관심을 끌며, 지방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칭호를 통해 마을은 유럽 전역은 물론 국제 관광객을 유치하여 도시 경제 활성화를 얻어냄으로써 문화유산 보존과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투자하여 도시 발전을 도모한다. 콩크(Conques), 로카마두르(Rocamadour), 고르드(Gordes) 같은 마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인 명소로 더 알려졌다.

그중 가장 많은 관광객의 방문을 이끌어내고 있는 고르드 마을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 지역의 루베롱 남부에 위치한 시골이다. 이 마을은 독특한 석조 건축과 자연환경 덕분에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많다.

아비뇽에서 38km 떨어진 고르드는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로 ‘독수리 둥지’라는 마을의 별칭처럼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여 석회 바위 위에 마을이 형성된 이색적인 곳이다. 이곳은 자체 규정으로 마을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높은 기준이 있다. 모든 건물 지붕은 붉은 빛이어야 하고, 담장은 허락되지 않으며, 전기와 전화선은 반드시 지하로만 연결해야 한다. 덕분에 멀리서 바라보는 마을 전경과 어우러진 루베롱 산맥과 테두리의 프로방스 풍경은 그 자체로 장관이다.

▲고르드 성. 
출처: 고르드 고성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ateaudegordes.com/histoire.php
▲고르드 성. 출처: 고르드 고성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hateaudegordes.com/histoire.php
2000명 마을 선정해 브랜드화

이 마을은 교통량 및 차량 접근을 제한하고, 관광객들이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탐방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 위해 요소를 해결하고 마을의 생태관광(ecotourism)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공간으로 변신 및 재활용된 천년의 성곽과 역사 유적지 고르드 성(Chateau de Gordes)을 비롯해, 명상을 위한 평화 안식처인 세낭크 수도원(Abbaye Notre-Dame de Senanque)과 라벤더 밭의 체험 프로그램, 12세기 중세시대 내부를 재현한 증강현실 투어 등 현대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디지털 관광정보 제공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다.

프랑스 관광청은 인구 2000명 이하의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예술, 과학, 역사, 경관 등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선정해 프랑스 마을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를 모티브로 해서 벨기에, 이탈리아, 캐나다 등에서도 아름다운 마을을 선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세계 문화유산인 고인돌 유적지를 보유한 화순 지역의 모산마을이 지난해 10월 유엔세계관광기구(UNTWO)가 선정하는 최우수관광마을로 지정됐다. 장소가 가지고 있는 특성, 역사, 주민들의 삶 등 우선 고려해야 할 점들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효과적일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는 도시재생이 국내 지방도시와 시골 마을에서도 잘 이뤄지길 바란다.

이상아트 대표이사·백남준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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