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중대재해처벌법과 중대재해책임보험의 활용가능성

입력 2024-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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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중대재해법 바라보는 실무계 고민 높아
합의금‧변호사 선임비까지 中企에 부담
‘중대재해 손해보험’ 부보범위 확대해야
“공제조합상품 상응하는 보장범위 필요”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 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우리나라는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산업이 변화하고 고용 형태 또한 다양화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돼 왔으나, 그 내용과 처벌수준이 미미하고 경영책임자의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 정비를 통해 과거보다 산업재해 발생률이 줄어들었지만,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비율이 낮지 않았다. 2016년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한 바 있다. 2020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고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을 확산시켰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다.

새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의무를 부담하게 한다. 이를 위반해 사망자나 질병자 등이 발생하면 엄중한 처벌을 하고자 한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목적에 따른 처벌주의에 주안점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사업주 등 기업의 안전보건조치 강화 및 이행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함이라 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사고’와 ‘중대시민재해’에 대해 처벌하고 있는데 전자가 사업자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한 ‘중대산업재해’를 상정하고 있다면, 후자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 등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처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중대재해로 분류된 다수의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소사건 업종을 보면 건설업, 제조업, 공동주택관리업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건설업에 집중돼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말 기준 19건의 하급심 판결이 법원에서 선고됐다.

그간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 문제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 사건들에 대해 해당 법률이 적용되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민형사상 책임 또한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유예됐던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보는 실무계 고민은 높아져가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배상 문제가 대두된다. 실무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유족과의 합의를 통해 배상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다만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이 같은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확실히 이행해야 함은 물론, 중대재해 발생 후 적절한 수사 대응 및 신속한 유족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형사상 양형사유로는 합의에 따른 유족 측의 처벌불원 의사가 중요한 인자가 될 수 있고 피고인의 반성이나 재발 방지의 노력, 동종 전과의 부존재, 피해자 측 과실의 개입 등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다투기 위한 노력으로 변호사의 조력 필요성은 간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의 경우 단기간에 거액의 합의금 외에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지급하려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가 있다. 이 때 중대재해책임보험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한편, 공제조합이 운용하는 공제상품과 보험회사가 운용하는 보험상품 사이 차별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특정한 공제조합의 경우 손해보험사와 달리, 형사 방어비용‧합의금을 유‧무죄 제한 없이 보장하는 공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손해보험업의 경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합의금 및 형사 방어비용을 담보 범위에서 제외하되 불기소, 무죄의 경우에만 방어비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이는 상호보험, 공제,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계약은 상법 보험계약에 준용한다는 상법 제664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해보험의 부보범위 확대는 보험금 보장을 통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소규모 기업들의 경영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유족 합의금의 원활한 지급을 지원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에도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된다.

공제상품에 가입할 수 없는 기업을 위해 공제조합과 동등한 가입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바, 공제조합에 상응하는 책임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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