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 사이] 34.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미중 수싸움

입력 2024-09-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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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도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中
우방국·시장·자원 확보에 ‘사활’

9월 15일은 서아프리카의 중심국가인 니제르에 주둔한 미군 1000여 명이 철수하기로 한 데드라인이었다. 미국이 니제르와 러시아의 밀착을 반대하자 니제르 시민들의 미군철수 요구 시위가 빈번해졌고, 결국 미국은 니제르 군사정권과 9월 15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2020년 12월 소말리아에서 미군 700여 명 철수를 시작으로 2021년 말리와 2022년 부키나파소와 체결한 군사협정이 파기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혼란한 정치국면과 그에 따른 미국과의 균열 틈을 파고들며 중국이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아프리카는 14억 명의 인구를 보유한 성장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전세계 경작지의 60%, 광물매장량 30%를 차지할 정도로 지정학·지경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글로벌 강대국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阿洲서 영향력 확대하는 중국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아프리카 내 영향력 확대와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국가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가 아프리카 국가들을 채무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고. 이는 중국에 종속되는 부채함정외교와 약탈적 대출”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져가는 추세다.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긴밀한 접촉과 협력 플랫폼 구축의 속도와 영역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에 앞서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9월 4~6일 사흘 간 베이징에서 6년 만에 개최된 ‘2024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에 중국은 53개국 아프리카 정상들을 불러 모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협력포럼은 2000년부터 시작되어 코로나 유행기간을 제외하고 매번 3년 주기로 진행되었고, 지금까지 총 4차례 정상회담과 9차례의 상무부·외교부 장관급 회담 및 8차례의 기업가 대회가 개최되었다.

그에 반해 미국은 2014년 8월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제1회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 이후 커져가는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부랴부랴 2022년 12월 제2회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중국은 1991년부터 외교부장이 매년 첫해 해외 방문지로 아프리카 국가를 방문해야 하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제4회 정상회의에서 향후 3년간 중국·아프리카 협력강화와 공동운명체 건설을 위한 ‘베이징 선언’을 채택했고,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베이징 행동계획(2025~2027년)도 발표되었다. 산업망 보건건강 무역번영 인문교류 공동안보 등 10개 분야에서 상호 파트너십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은 향후 3년간 6조7500억 위안(약 508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개최된 제3회 정상회의에서 150억 달러의 무상원조·무이자 차관 등 총 600억 달러에 이어 이번에도 큰 돈 보따리를 풀겠다고 약속하며 아프리카 국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여러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남아공의 이츠코위츠 가족재단이 2024년 1~2월 두 달간 아프리카 16개국 18~24세 사이 5604명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프리카에 대한 국가별 영향력’ 설문조사에서 중국이 82%를 차지하며 미국(79%), 유럽(7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막대한 인프라투자와 경제적 지원이 아프리카 청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개막식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호감도 등 조사서 이미 美 추월

2024년 4월 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2023년 아프리카에서 국가별 글로벌 리더십과 호감도 조사에서 중국이 58%로 미국(56%)을 추월했다. 미국은 2009년 국가별 호감도 순위에서 85%로 정점을 찍은 후 점차 하락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2020년 코로나 영향으로 호감도가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1990년대 아프리카 건설계약 건수의 80% 이상이 미국과 유럽기업이었다면 2000년대를 넘어서며 중국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3가지 목적으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 유럽에 대응해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 역할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우군 확보와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속내다. 2017년 홍해에 인접한 동아프리카 국가인 지부티에 첫 해외군사기지 설립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우군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약속한 지원금 중 10억 위안(약 1900억 원) 규모의 무상 군사원조와 군인 6000명, 경찰인력 1000명에게 훈련을 제공하고, 500명의 군인장교를 중국에 초청하기로 한 것도 중국의 글로벌 군사안보 전략차원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부가 ‘중국이 케냐 탄자니아 앙골라 적도기니 등 국가에 군사거점을 확보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中 주도 글로벌 공급망 구축 노려

둘째, 무역과 투자확대를 통해 아프리카의 중국 경제 의존도를 높여 나가는 동시에 해외수출의 중요 시장으로 키워나간다는 목적이다. 중국해관(관세청) 통계에 의하면, 2023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액이 2821억 달러로 전년 대비(2549억 달러) 11% 증가하며 아프리카는 중국의 핵심 무역파트너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중국과 아프리카협력포럼이 시작된 2000년 교역규모가 1000억 위안(약 19조 원)에서 2023년 1조9800억 위안(약 372조 원)으로 연평균 17.2% 증가하고 있다. 특히, 기계전자 선박 자동차 풍력발전기 등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셋째, 리튬 구리 희토류 등 첨단 광물자원의 확보를 통해 중국 주도의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속내다. 예를 들어, 중국과 구리 벨트지역인 잠비아와 전기차의 필수 소재인 리튬 생산지인 짐바브웨 간 협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짐바브웨의 리튬광산에 중국이 투자한 배터리 공장이 세워진 상태다. ‘2023년 중국 일대일로 투자보고서’ 내용에 의하면, 2023년 중국의 일대일로 아프리카 회원국에 대한 투자가 전년 대비 94% 증가한 68억 달러로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구리 등 첨단광물자원이 풍부한 보츠와나 콩고민주공화국 나미비아 말리 등 국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사실 미국이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지난 제1회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에 14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2022년 2차 정상회의에서 3년간 보건 분야 200억 달러를 포함한 55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급해진 미국은 동아프리카 중심 국가인 케냐를 비나토 동맹국(MNNA)으로 지정하고, 아프리카 수출제품에 대한 특혜무역조치인 ‘아프리카 성장기회법’을 확대하는 등 친아프리카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프리카를 두고 벌이는 미중 간 치열한 경쟁과 대립은 더욱 심화되며, 향후 글로벌 패권의 지형구조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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