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투협회장 “자본시장 밸류업, 범정부 차원 전략적 컨트롤타워 세워야”[자본중심 K밸류업②]

입력 2024-09-03 16:00 수정 2024-09-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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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투협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금투협 집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우리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밸류업 대상을 ‘기업’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전체의 발전 계기로 삼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업 밸류업’ 보다 ‘자본시장 밸류업’이라는 말을 씁니다. 자본시장에 기반을 둔 밸류업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겁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밸류업은 우리나라가 직면 중인 저출산·고령화 극복, 경제 역동성과 국민자산 증대 등 경제 선순환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회장이 밸류업 프로젝트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 정부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양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기업문화부터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중심인 금융투자업계가 먼저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중책이 금융투자협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는 정책들을 총괄할 조직을 정부 차원에서 확립해야 밸류업이 장기적으로 일관성을 갖고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밸류업 과제로 이사 충실의무, 배당·상속세,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이 다양하게 제시됐음에도 기획재정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관할부처들이 흩어진 탓에 일사불란한 작동이 어려워 업계의 혼선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 회장은 “일본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본부’를 설치하고 각 관할부처와 민간전문가들이 함께 숙의하는 등 기시다 총리가 직접 (밸류업을) 챙겼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우리도 산재된 과제들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며 “아울러 단기·중기·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공적 안착을 향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일본 밸류업 사례를 보면 10여 년 간 추진해서 지금에서야 성과가 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첫발을 뗀 지 이제 3개월이 됐다. 밸류업 제도 정비, 시장 인프라와 기업문화 개선 등을 지속해서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기 위해 밸류업TF를 즉각 신설하고 주요 과제를 모색해왔다.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신용공여,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등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아울러 우수 밸류업 기업에 대해서는 리서치 분야를 확대하고, 기업 밸류에이션 평가에 밸류업 항목도 추가 반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자산운용업계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이달 말 최종 발표되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발맞춰 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간접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도록 지원했고, 스튜어드십코드, 의결권 행사 등 책임감 있는 주주관여 활동(Engagement)에 동참할 것을 장려해왔다. 그 결과 현재까지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전체 상장사 9개사 중 금융투자회사는 6개(메리츠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신한지주·에프앤가이드·우리금융지주·키움증권)로 절반 이상에 달한다.

최근 공개된 세제 인센티브는 밸류업 밑그림이 한층 더 정밀해지도록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부는 지난 7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환원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윤곽을 발표했다.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낮춰주고, 이들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배당소득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내용이다.

서회장은 “주주환원 촉진 세제 대상이 개인주주에만 한정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밸류업 지수와 ETF 등 펀드의 활성화를 고려한다면 펀드 투자에도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시장에서는 배당소득세를 주주환원 증가분에 대해서만 공제받도록 제시한 점도 많은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좀 더 과감한 혜택이 부여되길 기대한다”라고 했다.

끝으로 세제 혜택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세제개편안은 이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서 회장은 “주주환원 관련 배당소득세·법인세 부담완화, 지배구조개선 등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과제들이 많다“라며 “밸류업”은 국민자산을 살찌우는 국가 아젠다급 과제인 만큼 여·야가 합심해서 논의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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