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 넘긴 회견...尹, 당정 갈등설 '일축'·의대 증원은 "마무리"

입력 2024-08-29 15:42 수정 2024-08-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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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은 취임 2년 기자회견 후 112일,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첫 국정브리핑 후 87일만에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의 경제, 외교·안보성과와 연금·의료·노동·교육개혁에 저출산 대응에 대한 밑그림과 방향을 설명하고, 개혁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와 당정 갈등, 뉴라이트 인선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직접 입을 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부터 집무실에서 약 40분간 국정브리핑을 진행했다.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당시 있었던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글귀의 명패가 책상에 놓여 있었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방한 당시 윤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1층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84분간 이어졌다. 총 진행 시간만 124분으로 당초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겼다. 질문지나 사전 조율없이 즉문즉답으로 진행됐다. 모두 19개의 질문이 던져졌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정 간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내각과 당의 소통이 제대로 안 이뤄지면 되겠나"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하게 소통하고 있고, 주말마다 고위당정협의도 과거엔 잘 안됐는데 꼬박꼬박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 역시 의원, 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뿐 아니라, 저를 찾아오기도 한다"면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 나오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나.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의료개혁 설명 과정에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증원 유예를 제안하며 대통령실과 충돌했던 한 대표를 향해 논의의 여지가 없음을 알리는 메시지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또 "의료 인력 양성은 최소 10~15년이 걸린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야 증원 인력이 추가돼 부득이하게 (증원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해도 2035년 기준으로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해선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기가 참 어렵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국회 상황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이걸 풀어나가야 할지 참모들과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어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왜 못하겠나. 그런데 일단 여야 간 원활하게 소통하고, 정상적으로 기능을 해야하지 않나. 해야 될 일을, 본연의 일을 해야 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수회담과 관련해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대통령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내내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점은 눈에 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조사한 방식 및 장소를 두고 야권이 비판한 데 대해선 "조사 방식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하는 것이라면 하겠지만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 조사"라며 "저도 전직 영부인에 대해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를 한 일이 있다"고 부연했다. 김 여사의 업무를 전담할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해선 "장소가 잘 준비되면 부속실이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야당이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 관련 청문회를 방송을 통해 봤는데, 이미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경찰에서 아주 꼼꼼하고 장기간 수사해 수사 결과를 책 내듯이 발표했고, 제가 볼 때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으로 불거진 뉴라이트 논란에 대해선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뉴라이트를 언급하는 분마다 정의가 다른 것 같다"며 "처음에는 진보적 우파라는 식으로 들었는데, 요새는 그동안 제가 본 것과 다른 정의가 이뤄져서 그런 건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는 등 안보라인을 재배치 한 데 대해선 "안보 라인에 변화를 줬기 때문에, 안보실장을 외교안보특보로 인사를 했고 그에 따라 연속해서 이뤄진 거라 보면 된다"며 "장관 후보군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인사가 좀 빨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제동을 건 데 대해선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라"며 우려를 잠재웠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퇴진으로 인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 변화에 대해선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협력 체계는 인도·태평양 지역이나 글로벌 경제·안보에 중요하다.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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