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김소영 과학기술동행특위 위원장 “기초풀뿌리‧단기성과 연구 구분해야”

입력 2024-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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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연구개발(R&D) 예산을 감시하는 눈이 많아졌다. 이 기회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해야 하는 예산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풀뿌리 예산의 비중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내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이 약 19조 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특히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은 9조7000억원으로, 올해 8조4000억원보다 16.1% 증액됐다. R&D 예산 구조조정으로 겪은 진통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R&D 예산 삭감 사태 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에서 출범한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소영 카이스트(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복원됐다는 것에 집중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장, 한국 4차산업혁명정책센터장,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심의회 위원 등을 거쳤다. 연구개발 정책,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융합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업적 및 과제 수행, 강연 경험 등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활동을 통해 과학기술 현장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할은 예산 삭감 논란으로 이목이 집중된 R&D 현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일이었다.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R&D 예산이 삭감되고, 무얼 하더라도 비판이 나올 거란 생각을 했다”면서도 “오히려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도전의식이 생겼고, 특위 활동으로 완벽한 대안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성과를 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예산 복원? 늘리기만 하는 건 무의미...체질 개선 필요”

▲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우선 최근 복원된 R&D 예산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기회를 제대로 잡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R&D 삭감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다만 R&D 예산 삭감이라는 진통을 겪고 내년 R&D 예산 규모가 복원되면서 단순히 규모가 줄었다가 늘어난 게 아니라, 예산 배분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정이 이뤄졌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구조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R&D 예산을 줄였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연구 분야가 확실히 구분돼 적재적소에 투자‧지원할 수 있는 배분이 가능한지를 재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예산에서 정부는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라고 하는 첨단기술 연구개발(R&D) 지원에 조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에 “나머지 기초 풀뿌리 연구도 끊임없이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과학기술계가 단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투자해야 하는 예산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풀뿌리 예산의 비중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모만큼이나 ‘배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를 들자면 수십년 전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기술 자립화가 화두였던 시절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와 응용연구에 대한 투자 비중이 지금도 비슷하게 이뤄지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R&D 예산 논란 속 ‘과학기술자들과의 동행’...책임감 느껴”

▲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국민통합위원회 ‘과학기술과의동행’ 특별위원회 위원장.

과학기술동행 특위는 3월 출범, 6개월여간의 논의 끝에 젊은 과학자의 안정적 연구활동 지원, R&D 성과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 등을 위한 정책 15가지를 제안했다. 무엇보다 젊은 과학자의 안정적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방법과 선진적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 우수‧글로벌 인력 영입 및 교류 활성화, 그리고 R&D 투자 성과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 등 4가지 분야에 중점을 뒀다.

김 위원장은 “작년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 현장이 매우 혼란스런 상황에서 당장 현장 연구자들이 맞닥뜨린 연구비 축소나 중단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중심을 둘 것인지, 아니면 예산을 넘어 제도와 규정, 문화, 거버넌스 등 연구현장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을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과정에서 접점을 찾아가며 정책을 줄이다보니, 젊은 과학자의 안정적 연구활동 지원과 R&D 성과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혁신 등을 위한 15가지 정책으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과로 “미시적 측면에서 대학원생, 박사후연구원 등 젊은 과학기술인들이 겪는 학업·연구 수행상 고충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며 “‘스타이펜드’(국가R&D 참여 이공계 대학원생에 지급하는 연구생활장려금) 제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행 기준을 마련하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위는 학생인건비 통합관리가 가능한 대학의 국가 R&D 참여 대학원생이라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정책에 반영했다.

이어 “거시적 측면에서는 여러 부처에 산재한 과학기술 인재 양성 정책 및 파편화된 사업을 효과적으로 통합·조정가능한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다만 특위 과정에서 작년 R&D 예산 삭감 여파가 대학이나 출연연 일반 연구자들에게 미친 영향 컸기 때문에 산업 관련 R&D 제안이 덜 다뤄진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R&D 예산과 인력, 현장 관리한 컨트롤타워 필요해”

앞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R&D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단기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 R&D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기초‧원천 등에 대한 R&D는 미래 세대가 같이 누릴 수 있는 혁신의 관점에서 중장기적 평가를 실시하는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며 “첫째 우리 정부가 투자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둘째 우리 과학기술계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지 하는 점”이라고 했다. 단기적 성과를 염두에 두고 투자한 R&D가 그런 성과를 내는지 봐야 하고, 중장기적 임무 중심의 R&D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평가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고, 제대로 평가하는 게 시작이라고 김 위원장은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예산과 현장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봤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R&D 관리시스템 개선과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과학기술 인재양성 정책‧통계를 실질적으로 총괄‧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결국 R&D도 연구자 즉, 인력을 관리하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로 과학기술인이 누구고, 어디까지가 과학기술계인가 이런 것들을 점검하고 컨트롤타워가 전반적인 인적 관리 차원에서 부족한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특정 기술 분야 위주 대응에 그쳤던 점을 지적하며 과기 인재 경로 추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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