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급한데…“의·정 갈등 때문에 6개월·1년씩 밀렸다”

입력 2024-08-2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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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수술 축소·무기한 대기…“PA간호사라도 필요하다”

▲김석환 대한간이식학회 정보위원장(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LT Updat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김석환 대한간이식학회 정보위원장(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이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LT Updat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대한간이식학회가 의·정 갈등의 타격으로 간이식 수술이 지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떠나고, 교수들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전국적으로 이식 시스템이 멈춰설 위기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기약 없이 대기하다가 수술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는 실정이다.

29일 대한간이식학회는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대한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LT Updates 2024)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속한 의료 정상화를 촉구했다.

간이힉학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전국 의료기관에서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사직으로 간이식 수술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학회가 파악한 전국 생체간이식 수술 건수는 올해 2월 81건으로, 지난해 2월 93건 대비 12% 줄었다.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3월에는 56건의 이식 수술이 진행돼, 지난해 3월 93건 대비 무려 37% 위축됐다.

간이식은 공여자와 수여자가 존재하는 생체 간이식, 뇌사자의 간을 긴급하게 수여받는 뇌사자 간이식으로 구분된다. 생체 간이식은 이식 전후로 공여자와 수여자 모두를 관리해야 해서 비교적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 뇌사자 간이식은 미리 계획할 수 없어 모두 응급수술로 진행돼, 이식 전문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는 인프라를 유지해야 한다.

올해 2월부터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간이식을 비롯한 대부분 수술이 대폭 줄었다. 병원의 일손 부족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현장에 남은 전문의와 교수들 역시 소진해,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계획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무기한 연기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김석환 정보위원장(충남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은 “수술 건수가 전국적으로 감소하고 대기자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간이식 수술에 필요한 내과와 외과 인력이 부족하고, 수술방을 열 마취과 인력도 없어 적절한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이식 담당 교수들의 사직으로 생체 간이식 프로그램 자체가 축소됐고, 남아있던 교수진의 업무도 과부하가 걸려 번아웃됐다”라며 “이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이 매우 높아지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의 상태가 악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기 위해 다른 지역을 배회하는 환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환자들이 몰리는 서울 빅5 병원에서는 6개월, 1년 이상 수술이 지연된 환자들이 지역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지역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서 해결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동환 대한간이식학회 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이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LT Updat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정동환 대한간이식학회 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이 2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대한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LT Updat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한성주 기자 hsj@)

비수도권에서는 의료진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생체 간이식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양광호 균형발전위원장(양산부산대병원 외과 교수)은 “생체 간이식은 공여자와 수여자가 함께 수술하기 때문에 동시에 두 개의 수술방을 열어야 해 전문의가 최소한 2명은 있어야 한다”라며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내 밑으로 두 명이 사직을 해서 내가 막내가 됐고, 나는 현재 디스크가 왔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역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전반적으로 많이 지체되고 있고, 심각한 경우 생체간이식 프로그램이 아예 셧다운 되는 병원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동환 홍보위원장(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은 “간암 환자는 이식을 하지 않아도 당장 사망하지는 않지만, 적정 시기를 놓치면 암이 퍼져 이식을 못 받는 상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이 지체될수록 성공률이 떨어지고 환자의 예후가 나빠지고, 환자들의 의료비 또한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의 타격으로 간이식 전문 의료진 부족 문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기존에도 선호 받지 못했던 분야였는데,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까지 희박해지면서다. 의사 단체 대부분이 전면 반대하는 ‘PA간호사’ 활용을 고려할 정도로 절박한 상태라는 의견이다.

정 위원장은 “외과 의사이자 이식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고민이다”라며 “뇌사자 이식은 응급으로 일을 하는 전문가들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간담췌외과 전문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이 분야를 하려는 사람은 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의사가 없으면 숙련된 누군가가 필요하고, 다른 파트에서는 거부할지 몰라도 이식 분야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런 분(PA간호사)이라도 없으면 이식 프로그램을 아예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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