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 회원을 동원해 ‘의사 정치세력화’에 나선다. 정당에 가입해 의료 정책 구상 초기 단계부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의협은 28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대 증원과 간호법 본회의 통과를 규탄하며 “더는 의·정 대화가 불가능해졌다”라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 시작을 불과 2분여 남겨두고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통과됐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대국민담화문을 내고 “여야의 밀실 야합으로 간호법이 통과돼, 이제 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논의는 불가능해졌다”라며 “간호사의 불법 무면허행위가 만연하고 의료 현장의 혼란으로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보건의료계의 다른 직역들도 단독법 제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직역 간 각자도생과 갈등으로 국민 건강과 생명은 뒷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간호법 제정이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의사들을 대상으로는 ‘환자 곁을 떠났다’라며 조리돌림하고 악마화했으면서, 파업으로 으름장을 놓은 보건의료노조에는 발 빠른 법 통과로 화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대통령이 거부한 간호법을 이제 와 여당이 통과시키고 있는데, 이런 정부와 어떤 대화가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피해가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몰아내고, 간호법으로 의사가 할 일을 간호사에게 시키는 건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간호사 불법진료행위로 인한 국민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의대 부실교육 여부를 감시하겠다”라며 “의료현장의 혼란을 끝내겠다는 결단을 보여줄 것을 대통령과 국회에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의사를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조직화하겠다고 피력했다.
최 대변인은 “지금부터 전 회원의 정당가입 운동을 통해 의사 정치세력화를 시작하겠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세력을 모아 전문가로서 의견을 개진해, 정책 구상 단계부터 미진한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의협 회원들을 향해 “어느 정당이라도 좋으니 정당에 가입하고, 강력한 의사 정치세력화를 통해 의료정책 수립에 이바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최 대변인은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의료체계 운영 계획에 대해 “실효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라며 “병원이 문만 연다고 환자를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의사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는데 대체 누가 환자를 볼 것인가”라며 “정부의 정책에 의해 의료 현장이 초토화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 대변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간호법을 졸속으로 하룻밤 사이 논의로 통과시키면서 무슨 2026년 의대 증원 유예를 논의하고 있느냐”며 “더는 양당에 기대하는 바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는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고 요청할 명분도 없다. 당장 의과대학과 수련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내년에 각 과 전문의 3000명이 배출되지 않는데 어떻게 할 거냐”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