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장인이 만드는 ‘위스키의 정수’…130년 역사 발베니 [주(酒)크박스]

입력 2024-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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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서 이달 31일까지 팝업스토어 운영

술 한잔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100년 넘은 와인 명가의 고집스러운 전통, 훌륭한 원재료를 키워온 누군가의 땀방울, 완벽한 술 맛을 찾기 위한 주조사의 시행착오까지. 선택 버튼을 누르기 전엔 대체 무슨 음악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주크박스(Jukebox)처럼 무궁무진한 술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발베니' 위스키를 잔에 따른 모습. (김지영 기자 kjy42@)
▲'발베니' 위스키를 잔에 따른 모습. (김지영 기자 kjy42@)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는 코로나19 시기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 브랜드다. 집에서 음주를 즐기는 홈(Home)술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 격으로 자리매김하며 일부 품목은 품절 대란이 일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이른바 '소맥'에만 익숙했던 기자에게도 발베니는 꽤 맛있다고 느껴진 위스키다. 초보자가 마시기에도 '기본에 충실해 잘 만든 위스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맛과 함께 발베니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어느 브랜드보다 '장인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이었다. 좋을 술을 위해 시간을 빚는 장인들의 고집스러움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발베니는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유명한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창업자 윌리엄 그랜트가 글렌피딕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든 증류소다. 1892년 발베니 증류소를 설립하며 시작했고, 1893년 5월 1일 위스키 생산을 시작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위스키 브랜드인 셈이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서 만드는 발베니는 위스키 생산에 있어 크게 다섯 장인이 있다고 소개한다. 다섯 장인은 위스키 원료인 보리를 재배하는 단계부터 관여한다. 발베니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직접 보리를 재배해 위스키를 만든다. 스코틀랜드의 날씨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발베니 보리 재배자의 직감은 고품질의 위스키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두 번째 장인은 위스키를 숙성하는 통인 캐스크(오크통)를 수리·재건하는 전문가다. 오크통을 생산하는 곳을 '쿠퍼리지'라고 부르기에 이를 수리·재건하는 전문가는 '쿠퍼'라고 부른다. 쿠퍼가 기술을 완전히 숙련하는 데만 4년이 걸리고 숙달하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세 번째 장인은 보리를 발아하는 '플로어 몰팅' 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발베니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에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활용해 보리의 싹을 틔운다. 증류소 위 언덕에서 확보한 맑은 샘물에 보리를 담근 후 장인들이 나무삽으로 직접 4시간마다 뒤집어 알맞은 온도와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위스키 '발베니' 오크통 모형. (김지영 기자 kjy42)
▲위스키 '발베니' 오크통 모형. (김지영 기자 kjy42)

위스키를 증류하는 구리 증류기 세공자가 네 번째 장인이다. 구리 증류기의 모양과 크기가 위스키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공 장인들은 위스키 생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증류기의 복잡한 밸브와 배관을 정비하고, 평평한 구리 시트를 망치로 직접 두드려 곡선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현재 발베니의 구리 세공 장인인 데니스 맥베인은 1996년부터 증류소에서 일했으며 그의 제자 조지 싱어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장인은 최적의 조합을 찾는 '몰트 마스터'다. 싱글 캐스크 제품이 아닌 이상 모든 제품이 바로 이 몰트 마스터의 손길을 거친다. 몰트 마스터는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위스키를 매일 같이 시향하고 적절히 조합해 제품을 완성해 낸다. 발베니에는 1962년부터 증류소에서 일한 전설적인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있다. 그는 1983년 처음으로 '캐스크 피니시' 기법을 도입해 '발베니 클래식'이라는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캐스크 피니시는 특정 오크통에 숙성하던 위스키를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추가로 숙성해 맛과 향의 풍미를 살리는 방법이다. 현재 많은 위스키가 이 캐스크 피니시 기법을 활용해 만들어지고 있다.

발베니의 다섯 장인이 위스키를 어떻게 만드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서울 성수동에서 31일까지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발베니 메이커스 테이블'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국내 미쉐린 셰프들과 협업해 음식과의 페어링에도 주목한 행사인 만큼 발베니 위스키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발베니' 위스키 제조에 사용하는 구리 증류기 모형. (김지영 기자 kjy42@)
▲'발베니' 위스키 제조에 사용하는 구리 증류기 모형. (김지영 기자 kjy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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