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미·중 신냉전, 대결과 공존사이] 33. 中 ‘등대공장’의 부상, 미국의 반격은

입력 2024-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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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등대공장 40% 점유한 中
혁신으로 ‘세계의 공장’ 2期 노려

요즘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중국 제조혁신 성장과 미·중 간 첨단제조 경쟁에 대한 강의 의뢰가 부쩍 늘었다. 그 이유는 설계·개발·제조·유통 등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지능형 생산공장인, 이른바 스마트팩토리가 빠르게 중국 제조생태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3년까지 14년 연속 제조업 생산력 세계 1위 국가로 세계 제조업 총생산량의 3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전통제조에서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제조로 전환되면서 제2의 차이나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및 유럽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023년 12월 발표된 제11차 21개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 명단에 중국 내 12개 공장이 선정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62개 등대공장을 보유하면서부터다.

中, 스마트팩토리로 첨단 선도

등대공장은 등대가 배를 안내하는 것처럼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사물인터넷·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2018년부터 세계경제포럼(WEF)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함께 매년 2차례 등대공장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등대공장은 장비 고도화와 공정, 물류 자동화 등 첨단제조 경쟁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2024년 7월 기준 전 세계 등대공장 총 153개 중 중국이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자동차 등대공장 중 58.8%가 중국에 있으면서 미국 내 중국 제조혁신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한국에는 하나도 없는 자동차 등대공장이 중국에만 10개가 있으니 첨단제조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등대공장 총 132개 국가별 분포를 살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등대공장 소재지 기준 중국이 50개(전체 비중 37.9%)로 1위를 차지하며, 2위 인도(12개, 9.1%), 3위 미국(10개, 7.6%)을 월등히 앞섰다. 등대공장 기업의 출신 국가별 순위를 보면 미·중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태다. 중국이 35개(전체 비중 27%)로 1위를 차지하며, 2위 미국(33개, 25%)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그 뒤를 독일(20개, 15%)이 뒤쫓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2024년 소재지 기준 중국이 62개로 미국(11개)을 월등히 앞섰다. 등대공장 기업의 출신 국가별 순위를 보면, 중국이 43개로 1위에 올라 미국(39개), 독일(23개)과의 격차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등대공장이 가장 많은 국가도 중국이고, 등대공장을 가장 많이 소유한 기업도 중국인 셈이다.

다시 말해,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미국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첨단제조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과 첨단제조 기술자립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배터리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CATL, 글로벌시장에서 ‘가전제품의 TSMC’로 불리는 메이디, 하이얼(톈진) 세탁기 스마트팩토리, 글로벌 태양광 1위 기업인 용기실리콘, 신에너지 자동차의 세계 유일의 스마트 생태공장인 광치이안(廣汽埃安) 등이 대표적인 중국기업들이다.

그러나 중국의 등대공장 산업별 면면을 보면, 가전제품·자동차·건축자재·배터리 등 산업 비중이 높은 반면 반도체,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우 미국과 독일에 뒤처져 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제조역량에 대응해 자국 기업에 대한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강화와 함께 중국 첨단제조기업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외경. LS일렉트릭은 지난해 5월 유럽 최대 스마트 제품 솔루션 박람회 ‘SPS ITALIA 2023’에 참가해 디지털 전환시대의 미래형 공장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제공 LS일렉트릭
▲LS일렉트릭 청주 스마트공장 외경. LS일렉트릭은 지난해 5월 유럽 최대 스마트 제품 솔루션 박람회 ‘SPS ITALIA 2023’에 참가해 디지털 전환시대의 미래형 공장 솔루션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제공 LS일렉트릭
美대선 누가 되든 對中견제 지속

미국은 메이드인 차이나로 인해 자국 내 일자리를 잃어버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제조업의 장기적인 공동화가 미국경제의 문제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해리스와 트럼프 간 박빙의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누가 되든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강력한 대중국 견제와 자국기업에 대한 리쇼어링 정책은 강화될 것이다.

우선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안보와 미국의 공급망 강화에 중요한 반도체, 제약·바이오, 배터리를 중심으로 보조금 지급 및 세제개혁 방식의 리쇼어링 지원을 확대할 것이다. 특히, 미국 바이오기업의 중국진출 및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리쇼어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점진적 리쇼어링 정책과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가속화시켜 나갈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회귀할 경우 중국제재에 대한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 때문에 미국 내 2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제조혁신의 상징인 등대공장이 중국에 몰릴수록 제2의 미국 산업공동화가 생겨나갈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중국기업에 대한 제재 범위도 반도체, 배터리 영역을 넘어 등대공장에 포함된 대부분의 중국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등대공장, 해외진출 가속화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등대공장은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와 고립화를 더욱 앞당기면서 결국 미국의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중국은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하면서 미국제재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 등대공장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2021년부터 이미 미국 폴란드 헝가리 독일 스웨덴 스위스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가전기업 중 대표적인 등대공장인 메이디도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브라질 멕시코 이탈리아 이집트 등 지역에 스마트 제조공장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다. 메이디는 이미 전체 매출액 중 해외매출이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등대공장을 둘러싼 미·중 간 충돌과 대립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국 첨단제조의 굴기와 성장은 미·중 양국을 넘어 우리에게도 많은 파장과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파장의 크기와 속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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