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기후공포’에서 ‘기후행동’ 시대로

입력 2024-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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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흡사 용광로에 들어온 기분이다. 보통 이맘때가 되면 맹위가 꺾이는 무더위였지만 올해만큼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지구 온난화가 실감난다고 한다. 뉴스에서나 보던 막연하기만 했던 지구 온난화가 지금 이 순간 불같은 더위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논의되었던 기후 문제가 이제야 실감난다고 한다면, ‘기후 위기’가 그동안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는 뜻이리라. 많은 기후 위기 전문가들이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대중의 공감과 참여는 점점 둔화되고 있다. 실제 기후 위기는 가속화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기후 위기의 진정한 위기일 것이다. 이런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전 세계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공포감 조성은 ‘환경피로’ 유발해

올해 초 열린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발제가 있다. 공포에 호소하는 기후 위기 메시지는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학계의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사회 담론의 주체들은 아직 체감되지 않는 미래의 위협을 논하며 공포감을 조성해 왔다.

이와 동시에 이런 미래의 위협을 막기 위해 기업체와 개인들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조의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호소력을 잃어가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환경 보호 활동에 대한 무기력증을 초래한다고 한다.

‘환경 불안(eco-anxiety)’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정의한 호주 시드니 대학의 글렌 알브레흐트(Glenn Albrecht)를 비롯하여, 여러 학자들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지나친 걱정과 강박이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으로 이어지듯, 환경 이슈의 지나친 공포 소구(fear-appeal)가 대중의 ‘환경 불안’, 그리고 나아가 ‘환경 피로(eco-fatigue, eco-exhaustion)’를 초래한다고 말이다.

‘환경 피로’는 실질적으로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화장품, 주방 도구 등 제품의 환경 친화적 특성을 내세우는 ‘그린 마케팅(green-marketing)’ 상품들의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떨어졌다고 한다. 꽤 많은 소비자들이 ‘그린 마케팅’이 다소 신빙성이 없다고 여기며, 이런 메시지의 과부하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2023년 미국 예일 대학교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은 기후 위기를 걱정하면서도, 오히려 기후 문제를 다루는 뉴스나 캠페인 메시지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환경 이슈에 대한 장기간의 과다 노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공포감을 조성하여 기업체와 개인의 경제 활동과 일상생활을 제약하기보다는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될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연대 통해 위기 대응하는 행동을 실천

세계경제포럼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 입각하여 ‘근거 있는 낙관주의(informed optimism)’를 기치로 새로운 국제적인 연대를 출범했다. 이 연대 안에서는 기존에 대립했던 기업체와 사회단체, 환경 운동가들이 한데 모여 지속가능하며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환경과 문화를 일구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후 공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도 ‘행동하는 연대’를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기후위기 대응 등 범지구적 문제를 국제 연대를 통해 풀어나가자는 게 골자였다. 이러한 새로운 ‘기후 행동’의 연대가 더욱 더 확장하여 기후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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