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이 커진 틈을 노리는 단타(단기투자) ‘동학개미’가 활개를 친다. 시장 전문가들은 ‘죽은 고양이 반등’(Dead Cat Bounce, 급락 이후 특별한 모멘텀이 없음에도 주가가 반등) 현상 속에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동성에 뛰어든 개미들
단타(단기 투자) 전술로 무장한 ‘동학 개미’가 늘고 있다. 코스피가 8월 들어 2400~2700선 박스권에 갇힌 데다, 그 안에서 큰 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하자 저점에 주식을 사서 고점에 팔아 실속을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2800선까지 접근한 1일 개인투자자는 3005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다음날인 2일 지수가 2700선 아래로 떨어지자 개인은 돌변했다. 1조6214억 원어치를 샀다. 코스피가 ‘블랙먼데이’를 연출한 5일에도 1조6945억 원어치를 샀다. 이후 증시가 다시 반등하자 매수 강도는 약해지기 시작했고, 9일에는 376억 원 순매도했다.
개미들이 사고파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이런 패턴이 엿보인다. 코스피가 2441.55까지 떨어진 5일 ETF중 개인의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것은 ‘ KODEX 레버리지’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였다. 각각 4381억 원, 1616억 원어치 사들였다. 증시가 오를 때 두 배 수익을 내는 상품으로, 2441선을 저점으로 판단한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반면 주가가 1% 내리면 2% 수익을 내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1621억 원어치가팔렸다.
이튿날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투자자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하락을 겨냥한 ‘RISE 2차전지 TOP10인버스’를 순매수하고, 상승 때 수익을 내는 ‘KODEX 레버리지를 29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는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당분간 증시의 급반전은 기대하기 힘들더라도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인식이 깔렸다.
늘어나는 단타 거래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코스피 시장의 시가총액 하루평균 회전율은 0.63%로 집계됐다. 올해 평균 0.52%보다 높다. 시가총액회전율은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이달엔 상장 주식 1주당 0.6회의 손바뀜이 이뤄진 셈이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단타 매매가 극심하단 뜻이다.
‘단타족’들은 당분간 증시를 누빌 전망이다.
증시 변동성 요인이 많아서다. 고용 쇼크와 더불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는 여전하다. JP모건 퀀트팀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75% 이뤄졌다고 봤고, JP모건체이스 외환전략팀은 50~60%, UBS·스코샤뱅크는 5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광의로 보면 엔캐리 자금이 수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최근 청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AI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도 지속되고 있다. 시장은 AI 모멘텀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을 기다리고 있다. 오픈AI의 개발자 행사(10월 1일),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9~10월 예상) 등을 기대한다.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 두 후보가 초박빙을 보인다는 점도 변수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지속성, 미국 선거 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해소될 만한 이벤트들이 9~11월경으로 예상된다”며 “주식시장 이전 상승국면 대비로는 레벨다운된 상황에서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가한 시장 변동성은 한 번에 안정되지 않았다는 과거의 교훈을 기억해야 하는 시기”라며 “포트폴리오 전략 역시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