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미국 '첫 흑인 아시아계 여성' 대통령 도전

입력 2024-08-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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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아시아계 흑인 여성 대통령 도전
여성과 젊은 층 지지 기반으로 접전 벌이고 있어
후보 공식화 하루 만에 트럼프 정치자금 모금액 넘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피츠필드(미국)/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피츠필드(미국)/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민주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2일(현지시간) 낙점됐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미국 역사상 첫 '아시아계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된다. 흑인으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지만, 아시아계 대통령은 최초다.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백인과 남성이 주류였던 미국 사회에서 '최초'의 역사를 쓴 인물로 평가받는다. 흑인이자 인도계라는 정체성을 가진 그는 어린 시절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딛고 달려온 끝에 미국의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라는 급변 사태로 그는 대선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미국의 대권에 도전하게 됐다. 막강한 대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보다 정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왔으나, 여성과 젊은 층의 지지를 모으면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흑인·아시아계·여성' 유리천장 부수고 나타난 사상 첫 대권 도전자

해리스 후보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 이민자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UC버클리)에서 암을 연구한 과학자였다.

그의 집안은 인도의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엘리트 집안이었지만, 유년기에 백인으로 이루어진 '화이트 커뮤니티'에서 자라면서 상당한 정체성 혼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엔 당시 인종차별 철폐를 목적으로 한 '버싱'(busing) 정책에 따라 매일 아침 버스에 실려 백인들이 주로 사는 부유한 동네의 초등학교로 등교해야 했다.

버싱이란 학교 내에 흑백 학생들이 섞이도록 흑인 거주지 학군과 백인 거주지 학군 사이에 버스를 이용해 학생들을 서로 상대 학군의 학교로 실어 나르던 정책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상원의원 시절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와 첫 TV 토론에서 과거 인종차별주의 성향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협력했던 바이든의 이력을 공격하며 "당신은 버싱 반대에 협력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매일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던 소녀가 있었다. 그 작은 소녀가 나"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 흑인 대학에 진학하길 원한 그가 선택한 곳은 워싱턴D.C의 흑인 명문 대학 하워드 대학교다. 흑인 엘리트 학생들로 가득 찬 이곳에서 그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미 흑인언론인협회 초청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그는 자신을 항상 인도계 혈통이라고만 홍보했다"며 "나는 그녀가 흑인으로 변신하기 전까지 그녀가 흑인인 줄 몰랐다"라면서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한 바 있다.

변호사에서 부통령이 되기까지…해리스의 정치 경력

해리스 부통령은 하워드 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1990년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의 지방 검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뗐다.

이후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으로 옮겨 담당 사건에서 유죄 선고율을 끌어올리며 검사로서의 역량을 뽐냈다.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됐다.

재선을 거쳐 6년간 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뒤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해 선출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진출했다. 흑인 여성이 연방 상원의원이 된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이어 2020년에는 55세의 나이에 바이든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에 낙점된 뒤 대선 승리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또다시 미국의 최초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이라는 기록을 썼다.

부통령에서 대권 주자가 된 해리스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처음 얼굴을 각인시킨 것은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TV 토론이다.

당시만 해도 20여 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바이든은 물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쟁쟁한 후보들이 포진해 해리스의 존재감은 미미했으나, 그해 6월 첫 TV 토론에서 송곳 같은 질의로 바이든 당시 후보를 몰아붙이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검사 출신인 해리스의 날카로운 언변은 그의 주요 강점으로 꼽혔다. 또 소수 인종이자 여성으로서 미국의 비주류 사회에 호감을 산다는 점도 무기다. 다만 그는 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부통령 재직 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백인 남성으로 주류 정치계에 수십 년간 몸담은 바이든 대통령과 비교하면 정치 경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게 사실이다.

또 유색인종 여성인 해리스가 그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인기를 누려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으면 민주당의 승산이 높지 않다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후 해리스가 유력 후보로 전면에 부상하자 진보 진영의 지지 표명이 잇따랐고, 특히 여성과 젊은 층이 환호했다.

정치자금 모금에서도 흥행몰이하고 있다. 그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해리스 캠프는 88만 명으로부터 총 8100만 달러(약 1100억 원)를 모금하는 등 7월 마지막 날까지 10여 일간 3억1000만 달러를 모금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7월 한 달간 모금액을 크게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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