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시나, 카카오 골든타임을 아시나요?

입력 2024-07-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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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사내 영어 이름)’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서면서다.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기업공개(IPO),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상장 후 스톡옵션, 카카오 먹통 사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 의혹, 가상화폐 횡령·배임 의혹 등 계속되는 악재에 카카오는 몸살을 앓고 있다.

김 창업자의 구속은 신뢰감 하락에 불을 지폈다. 서울남부지법은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 원)보다 높게 시세를 조종하는 데 가담, 경쟁사의 공개 매수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가히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이례적으로 대기업 총수를 ‘도주 우려’까지 인정해 구속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같은 위기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2021년 전성기 당시 17만 3000원까지 올랐던 카카오의 주가는 24일 3만 955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3년 새 4분의 1로 쪼그라 든 것이다. 한때 ‘국민주’가 ‘국민분노주’로 뒤바뀐 모습이다.

인공지능(AI) 사업도 난관에 봉착했다. 글로벌 AI 경쟁은 2022년 챗GPT를 필두로 시작됐으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정식 AI 서비스는 감감무소식이다. 그 사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글로벌 AI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까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김 창업자의 구속만으로 시세 조종 의혹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재판에서 지난한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 카카오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정신아 대표가 나섰다. 정신아 대표는 이날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정 대표가 한시적으로 경영쇄신위원장을 맡는다. 매월 진행하던 그룹 협의회를 주1회 진행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연내 출시할 ‘카카오다운’ AI 서비스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말만 ‘비상경영’이 아닌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다음달 8일, 카카오의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정신아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카카오의 경영 쇄신과 신뢰 회복, 그리고 AI 사업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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