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1주기를 맞아 서울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가졌다. 교사들은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면서 학교 현장도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9일 오후 4시 서울교대에서 조합원 교사들이 공동집필한 신간 '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출간 기념회를 열고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교사 60여 명과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 조합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교사들은 각자 교단에서의 경험을 나눴다. A교사는 "연이어 터지는 선생님들의 힘겨운 소식과 울분을 접할 때마다 울타리 없는 절벽 위를 한걸음씩 내딛는 기분이었다"면서 "학교폭력과 신고, 아동학대 등의 말을 농담처럼 사용하는 고학년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교실에는 교사의 무한한 책임만 남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교사는 "교사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법의 울타리가 세워져야 한다"면서 "문제 학생에 대한 학교 차원에서의 공동 대응뿐만 아니라 예방적 측면에서의 공동체 활동이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과 제도가 완비돼야 한다는 목소리 이외도 학교 현장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피 업무를 일부 교사에게 미루거나 관례처럼 행해지는 체험학습은 축소 및 폐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교사는 "희생된 교사들에 대한 책임과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는 것이 불편하다"며 "왜 서이초 교사는 저경력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민원이 많은 1학년 담임을 연달아 맡게 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교사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더라도 교사들의 각자도생의 교직 문화는 결국 또다른 형태의 문제 앞에 교사를 홀로 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24년간 초등 교사로 근무했다는 C교사는 "법규와 법령 등에 대한 교사의 지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다른 공무원은 성과급 확대, 장기 재직 휴가 등 본인들의 권익 향상을 꾸준히 얻어가고 확대해가고 있는데, 교사들은 학급 일을 하느라 현실을 보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교사의 권익을 확보하고 복지를 향상할 수 있도록 우리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험학습과 여행 등 관행처럼 이뤄졌던 행사의 축소 및 폐지가 필요하다"면서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담임에게 미루는 이러한 체험 학습을 올해도 슬금슬금 추진하려는 분위기가 목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아스팔트 위에서 투쟁했던 결과가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변한 것이 별로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면서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노출돼 있고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관리자의 갑질과 늘어나는 행정업무를 감내하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교권 회복 법안이 마련되고, 교사 본질업무 법제화를 통한 실질적인 행정업무 감소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